[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지난해 매출액 9268억원. 국내 10위권의 전통 제약사면서, 연내 ‘1조 클럽’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곳. 바로 ‘동국제약’ 이야기입니다. 최근 권기범 회장 장남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3세 승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너 3세가 시간과 비용 투입이 필요한 신약 개발 대신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화장품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관측되면서 향후 헬스케어 부문에 더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동국제약은 전통적으로 시행해 온 제네릭(복제약)·전문의약품 등 의약품 부문과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부문으로 사업 이원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직접 타격을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완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첫 1조 매출 전망에 고무된 모습입니다.
동국제약 창업주 3세가 신약 개발 대신 장품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관측되면서 향후 회사가 헬스케어 부문에 더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런데 창업주 3세의 경영 참여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이원화 사업 구조에서 헬스케어 강화 기조로 바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2024년 4월 권기범 회장의 장남 권병훈씨는 동국제약 재무기획실 책임매니저로 입사하며 경영 일선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앞서 동국제약 주식 매수 방식을 통해 0.18%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고, 리봄화장품 인수 과정에 참여,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습니다. 지난해 동국생명과학이 상장하면서 권씨는 지분 3.85%를 보유하게 됩니다. 올해 3월 동국제약은 권병훈 재무기획실장을 이사 대우로 승진시켰습니다. 입사 2년 만에 회사 핵심 부서의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겁니다. 현재 권 이사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동국제약 0.18% △동국생명과학 3.85% 등이며, 그는 지주회사인 디케이앤컴의 출자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현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권병훈 이사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권 이사가 보유한 동국제약 지분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가 리봄화장품의 신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회사가 어느 사업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시그널의 성격을 갖습니다. 관련해 동국제약의 작년 사업부문별 매출액(비중)은 △헬스케어(화장품·미용 제품·건강기능식품) 3164억원(34.1%) △전문의약품(ETC) 2486억원(24.6%) △일반의약품 1707억원(18.4%) 등입니다.
특히 헬스케어 매출 비중은 △2022년 27% △2023년 31.9% △2024년 33.7% △2025년 34.1% 등으로 해마다 늘어났습니다. 올해 1분기 헬스케어 사업부 매출은 989억원을 기록하며, OTC(445억원)와 ETC(537억원)을 합친 금액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기조는 2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회사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의약품 분야를 포함해 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헬스케어 부문은 더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해 화장품이나 건기식 사업의 성과를 신약 개발 R&D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진=동국제약)
R&D보다 소비재성 사업에 자원 집중돼
동국제약이 소비재성 사업인 헬스케어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 경영 선택입니다. 통상 신약 개발에서 투자비 회수에 걸리는 기간이 십여 년이 걸리지만, 화장품·건기식 등 헬스케어 소비 제품은 1~2년 내 단기 회수가 가능합니다. 즉각적인 매출과 현금 창출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제약기업이 별도 법인이나 사업 부서를 통해 헬스케어 부문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간 캐시카우였던 제네릭 제품이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위축되자 헬스케어 사업이 그 대체제로 각광을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동국제약의 사업 다각화가 과연 R&D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느냐입니다. 동국제약의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R&D 비중은 4.1%(370억)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은 이보다 많은 8%대. 즉, 화장품을 통한 이익 확대는 광고비 투자 확대로 더 많이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R&D 재투자는 4%대에 고착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이 정체되는 모습입니다.
회사는 “제약사 간 캐릭터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OTC 중심으로 성장해 와서 타 경쟁사 대비 연구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혁신 제약사 새 지정을 준비하고 있고, 110여명의 연구 인력이 R&D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의약품 부문 매출과 비교하면 R&D 비중은 7%대로,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R&D 비중이 결코 낮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승계 1순위 3세의 첫 사업이 화장품 분야라는 점은 해석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제약 부문의 매출 확대는 단기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 있으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본업의 기술력”이라며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장품이나 건기식 사업의 성과를 신약 개발 R&D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