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치료비 8억 미납…울산시, 중증 외국인 환자 대응 매뉴얼 만든다
중국 국적 A씨, 2019년 9월 뇌출혈로 쓰러져…올해 4월 울산서 사망
병원 측 '장기 치료비' 보전 해법 못 찾아…권익위에까지 도움 요청
권익위, 울산시·외교부·복지부 등에 외국인 '치료비 체납' 개선 권고
2026-08-06 14:50:14 2026-08-06 16:01:45
[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가 중증 외국인 환자에 대응할 행정 매뉴얼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6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였던 불법체류 외국인을 치료한 울산의 한 병원이 8억원대 미수금으로 골치를 앓게 되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울산시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겁니다. 
 
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중증 외국인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무연고 외국인의 사망으로 8억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된 병원 측이 권익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권익위가 울산시,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겁니다. 권익위는 중증·장기 무연고 및 불법체류 외국인 환자의 본국 송환과 체납 의료비 문제에 대응할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중국 국적 A씨는 2019년 9월20일 관광사증으로 입국해 울산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설거지 일을 하다 입국 9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119구급대는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이후 동강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A씨는 그해 12월16일부터 동강병원과 같은 의료재단 소속인 동천동강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A씨는 취업할 수 없는 관광사증으로 일한 데다 입원 중 체류 기간마저 만료되면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산업재해 요양급여도 업무와 뇌출혈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불승인됐습니다. 

치료비를 책임질 주체는 사라졌지만 병원에는 여전히 진료 의무가 남았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도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기피·중단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가족과 중국 공관을 상대로 A씨의 본국 송환을 타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특히 A씨의 딸(미성년자)과 친형은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치료비 부담과 환자 인수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2019년 12월16일부터 A씨가 숨진 올해 4월25일까지 쌓인 총진료비는 8억5559만3637원입니다. 중국 공관과 지방정부, 천주교계 등이 지원한 금액을 모두 합쳐도 1841만390원에 그쳤습니다. 병원이 회수하지 못한 치료비만 8억3718만3247원에 이릅니다.

A씨는 결국 4월25일 동천동강병원에 입원한 지 6년4개월 만에 사망했습니다. 가족은 5월4일 그의 시신 인수를 포기했고, 병원은 안치와 화장 비용까지 부담한 뒤에야 유해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25년 11월 울산시 동천동강병원에서 무연고 의식불명 환자 A씨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동천동강병원)
 
이 문제는 2024년 11월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공론장에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비용 보전 기준과 본국 송환 절차, 책임 기관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A씨가 숨질 때까지 병원의 부담만 가중됐습니다.
 
동천동강병원은 결국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신청해 미납 치료비 지원과 제도 개선을 호소했습니다. 권익위 역시 현행 제도가 의료기관에 진료 의무만 강제한 채 비용 부담과 송환 책임은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미 발생한 치료비를 정부나 울산시가 대납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병원이 외국인근로자 의료지원사업 시행 기관이 아닌 데다 A씨의 뇌출혈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성질환으로 분류됐다는 이유입니다. 병원 관계자는 "2025년 권익위에 고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치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외교부가 해당 국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논의됐다"면서도 "결국 모든 손실은 병원이 떠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울산시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A씨가 입원하는 동안 정부와 해외 공관을 상대로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복지부와 외교부는 물론 주한 중국대사관과 주부산 중국총영사관에 치료비 분담과 본국 송환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과 종교기관으로 옮기는 것도 타진했지만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울산에는 지방의료원이 없었고, 다른 지역 공공병원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환자 인수에 난색을 보였습니다.
 
울산시는 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향후 중증 외국인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원, 시청 관련 부서, 복지부·외교부, 해당국 공관을 잇는 행정 지원 매뉴얼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사안별로 분산되어 있던 지원·중재 절차를 일원화해 초기 대응과 본국 송환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한계가 여전합니다. 매뉴얼은 관계기관의 역할과 행정절차를 정리하는 수준이어서 치료비 지급이나 민간 의료기관의 손실 보전까지 담보하지 못합니다. 치료 중단 기준이나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할 재정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 권한을 벗어납니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국가가 법률이나 제도를 정비해 비용 보전 체계를 마련해야 지방정부도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며 "복지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시 차원의 후속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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