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공급 속도전'…문재인정부 데자뷔
세제개편 논란부터 집값 불안에…'공급'으로 급한 불 끄기
수도권 착공률 목표 대비 24% 수준…"적기 놓쳤다" 지적도
2026-08-05 17:50:58 2026-08-05 17:58:47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뒤늦게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세제개편 논란과 집값 불안이 이어지자 공급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요 억제에 무게를 뒀다가 뒤늦게 공급으로 선회했던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급 부지로 '용산·태릉·과천' 언급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세제 정상화와 신속한 공급 대책 확대를 함께 추진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내겠다"며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는 물론 재경경제기획위원회와 정무위원회까지 참여해 긴 호흡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날 이 대통령이 '부동산·주식시장 점검회의'에서 주택 공급에 드라이브를 건 여파로 풀이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한 가용 물량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서울 용산 캠프킴 부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경기 과천 경마장 부지 등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부가 공급 대책에 다시 손을 대는 건 지난 1월 1·29 공급 대책을 발표한 뒤 약 반년 만입니다. 해당 확대 방안은 지난해 9월 발표한 9·7 공급 대책의 후속책입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부지도 당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지역들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한 차례 신규 택지 개발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 헬기를 타고 한번 돌아볼 생각"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선 ‘이거 당연히 안 되는 거야’ 하더라도, 내가 보는 시각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곧 '수도권 5만호 신규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습니다. 국토교통부도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는 내용과 대책에 포함된다는 내용들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론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야권은 물론 시장에서는 '증세'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실수요자 공급 확대보다 세금 인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여권에서도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정책 무게중심이 공급으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빨라도 현 정부 내 공급 어려워"
 
다만 늦장 공급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당정협의에서 전국 26만8000호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수도권 주택착공 실적은 6만5204호입니다. 정부의 연간 착공 목표 대비 24.32%에 불과합니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하반기에만 20만2796호를 착공해야 합니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더욱 심각합니다. 올 상반기 서울의 누적 착공 실적은 1만3121호입니다. 정부가 설정한 서울 착공 목표(6만8000호)의 19.29%에 그쳤습니다. 하반기에만 목표치의 80%에 달하는 5만4879호를 지어야 합니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문재인정부 데자뷔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다주택자 규제와 세제 강화 등 수요 억제 정책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그러나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 불안이 커지자 같은 해 '8·4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공급 확대 기조로 선회했습니다. 이어 2021년에는 '2·4 공급 대책'까지 내놓으며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공급 대책은 공공 주도 개발을 둘러싼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협의, 인허가 절차 등이 겹치며 상당수가 지연됐습니다. 실제 입주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단기간 시장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야권 역시 "수요 억제에만 치중하다 공급 시기를 놓쳤다"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 역시 뒤늦게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당시와 비슷한 시행 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택 공급은 대략 5~10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인데도 정부가 대책 마련에만 몰두한 나머지 실제 주택공급 골든타임을 실기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 인허가받아도 4~5년, 착공해도 3~4년 후에 주택이 마련된다. 아무리 빨라도 이재명정부 때 공급은 어렵다는 말"이라며 "부동산 경기 사이클과 공급의 장기 시차성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비아파트를 찾고 다주택자가 물량을 내놓게 하겠다는 발상을 내놓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이 대통령이 자꾸 택지를 얘기하는데 이미 발표된 서리풀 지구, 3기 신도시도 진척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계획으로 보인다"며 "지금 착공 들어가는 걸 발표하든지 임기 내 공급이 어려움을 인정하고 임대차 시장에 대안을 내놓는 등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지금 정부는 매일 나무를 심고 있지만 정작 말라 죽어가는 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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