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7월 코스피가 역대급 낙폭을 기록한 후 일부 낙폭을 회복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바닥을 통과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주가가 이미 과도한 하락을 반영해 반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여전해 본격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으로 공급 확대 우려가 커진 데다
SK하이닉스(000660) 실적에 대한 실망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겹치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됐습니다. 이후 미국 반도체주의 급락과 레버리지 상품 청산까지 더해지며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다만 미국 빅테크 실적 호조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반등을 계기로 AI 투자 수요에 대한 신뢰가 일부 회복되면서 증시는 낙폭을 만회했습니다.
바닥론에 무게를 싣는 증권사들은 현재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 악화와 수급에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폭락에도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5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31일 급등이 단순 기술적 반등으로 끝나기보다 저점을 높여가는 회복 경로에 진입할 가능성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관건은 주가 회복의 강도와 지속성으로, 이번 주 주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외국인 수급이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래에셋증권도 변동성을 키웠던 수급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관련 주식의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 AI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청산 영향이 컸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만큼 증시 변동성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봤습니다. 그는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고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수요의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반도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국내 증시 급락은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지날 가능성과 중국 반도체의 잠재적 위협, 기업들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며 "AI 투자가 과도하다고 볼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수익성이 동반되지 않는 투자는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최근 급락은 이익 증가율 둔화 우려를 반영한 측면이 크며 향후 기업이익의 연속성이 확인될 때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 무게도 실립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이라며 "빅테크 실적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했고, 변동성을 키웠던 미국 레버리지 펀드와 국내 레버리지 ETF 영향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가는 최악의 상황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으며 미국 금리가 안정될 경우 국내 증시도 추가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는 글로벌 증시의 시가총액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투자 부담 속에 애플이 다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고, 일본에서는 반도체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키옥시아 주가가 수개월 만에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토요타자동차가 시총 1위에 복귀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CXMT가 상장 직후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습니다. AI 투자 지속성은 유지된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반도체 이익 증가율 둔화와 중국발 공급 확대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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