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풍향계, '코스피')⑤반도체 주도 지속…코스피 성장축은 확대
"포스트 반도체는 없다"…실적 중심 순환매 확대
전력·산업재·2차전지 주목, AI 활용 산업으로 성장축 확장
슈퍼 ISA·주가누르기방지법 등 시장 신뢰 회복 정책 필요
2026-08-04 17:17:10 2026-08-04 17:43:0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관심이 '포스트 반도체'를 찾는 데서 벗어나 반도체 이후 시장의 성장축이 어떻게 넓어질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당분간 국내 증시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가겠지만 상반기처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장세는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자금이 분산되는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코스피의 상승 기반도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발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이끌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 맞물리면서 두 종목으로 유동성이 집중됐고,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종목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반도체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장세에서 벗어나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중심축을 유지하는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포스트 반도체는 있을 수 없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돈을 많이 벌고 있고 반도체 사이클도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도주가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상반기처럼 반도체만 급등하는 장세는 끝났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여러 업종이 돌아가며 움직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염 이사는 순환매가 나타날 경우 실적과 수출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7월 수출을 보면 반도체만 좋은 것이 아니라 다른 업종도 수출이 많이 늘었다"며 "전력 인프라와 전선, 조선 등 산업재도 이번 실적이 괜찮게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차전지도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중심으로 개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실적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어 당장 주도주가 되기에는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하기보다 업종 전반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는 "반도체 랠리가 끝난다고 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업종별 순환매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쏠림에 따른 양극화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종목이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하반기에는 저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회복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가 끝나서 다른 업종이 주도하는 그림이라기보다 반도체는 완만하게 회복하고 그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이 함께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4~6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상 밖의 실적을 내면서 시장 유동성을 대부분 흡수했고, 그 결과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는 종목들까지 하락하는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났다"며 "앞으로는 반도체가 과거처럼 급등하기보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스닥과 저평가 종목들이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이 꺾이는 상황이 아니라 증가율이 둔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코스피 역시 급등이나 급락보다 당분간 횡보 흐름을 이어가며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연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환경 정책 기대가 커질 경우 이차전지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ESS(에너지저장장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종 간 자금 이동을 넘어 AI 활용 분야 전반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의 다음 확산과 난관' 보고서에서 "혁신을 위한 인프라가 마련된 뒤에는 이를 활용하는 산업으로 성장이 확산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AI 역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선행된 이후 소프트웨어와 제약·바이오, 로봇, 자동화 인프라 등 활용 산업으로 성장축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다만 AI 성장축이 활용 산업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반도체 시대의 종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과거 PC와 인터넷 확산 과정에서도 반도체는 성장과 조정을 반복하며 핵심 산업의 지위를 유지했다"며 "AI 시대에도 반도체는 기반 산업이자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업종 간 자금 이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도체 쏠림이 완화되더라도 장기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코스피의 지속적인 상승 기반을 마련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에 몰렸던 자금 가운데 일부는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정상화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이 건강해지려면 특정 종목을 끌어올리는 투기성 자금보다 장기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구조가 중요하다"며 "슈퍼 ISA와 같은 장기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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