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 조이기 불가피”…금융위원장에 반박
2026-07-30 16:23:51 2026-07-30 16:36:25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른 대출 절벽 사태 책임을 은행으로 돌린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지적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 위원장은 규제와 별개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조인 점이 문제가 됐다고 언급했지만, 은행들은 과도한 총량 규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은행 자율 아닌 총량 규제의 결과"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잔금대출 제한 논란과 관련해 "잔금대출은 총량 규제 안에서 받을 수 있는데 은행들이 더 조여버린 것"이라며 "정책을 이렇게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일부 잔금대출이 제한된 것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공급 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매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관리하는 구조에서는 대출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연간 목표를 초과할 경우 향후 대출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한도가 소진돼 신규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셧다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미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을 과도하게 조인 것처럼 책임을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총량 규제를 지키지 못하면 다음 해 대출 한도 운용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은 사실상 미리 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국이 총량 규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은행에만 실수요자 피해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지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총량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이후 대출 운용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현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조였다기보다 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복되는 대출 셧다운
 
은행 대출 셧다운 사태는 금융당국이 집값을 잡겠다며 과도하게 총량 규제를 해온 이후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2024년에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 부족 우려가 커졌고, 당시 일부 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한하거나 잔금대출 배정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이 영업점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 수준으로 제한했고, KB국민은행은 대출모집인 채널 취급을 중단했습니다. NH농협은행도 수 개월 동안 모집인 한도를 배정하지 않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순차적으로 모집인 접수를 닫았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자 차주들의 대출 수요 자체도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실수요자들조차 매년 초부터 서둘러 대출을 실행하려는 이른바 '선수요'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출 수요가 앞당겨 몰리면서 총량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지고 은행들은 다시 속도 조절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예년보다 더 빨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상반기 기준 이미 약 85%가 소진됐습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전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축소했고,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 채널 신규 접수를 중단하는 한편 MCI·MCG 가입도 제한하는 등 총량 관리 수위를 높였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총량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급만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총량을 맞추지 못하면 결국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하거나 연말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속도 조절 없이 대출을 계속 내주면 연말에는 아예 대출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미리 분산 관리하는 것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총량 규제를 유지하면서 은행이 대출을 더 풀지 않았다고 책임을 묻는 것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하반기 잔금대출이 제한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위는 28일 5대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잔금대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올해 입주 예정인 신축 단지의 잔금대출을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총량 관리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출 절벽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에 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대출과 실수요 목적의 잔금대출은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이 낮은 실수요자의 잔금대출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거시건전성과 민생을 함께 고려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부 단지만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임시 대응하기보다 공통 기준을 마련해 실수요자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민들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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