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부터 인력까지…호남 반도체 4가지 쟁점
정부, 재생에너지·용수 등 최적지
역차별 논란 속…호남 제조업 12%
수도권에 집중된 인재 이동 관건
전문가 "앞으로 세부 계획이 관건"
2026-07-01 18:05:40 2026-07-01 18:05:40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호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송전망과 공업용수 확보, 비호남 지역의 역차별 논란, 반도체 인재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구축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결국 호남 반도체클러스터의 성패는 네 가지 쟁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발전·송전망 플랜은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AI와 같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팹(Fab) 4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발표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남권을 택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기준 8기가와트(GW·설비량)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전체 전력 생산량도 23.3GW에 달합니다. 여기에 정부는 2030년까지 100GW(발전량 기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새울3·4호기도 적기 준공하고 기존 원전 9기의 계속운전도 추진합니다. 
 
핵심 과제는 새롭게 확보한 발전 전력을 반도체 생산 단지로 연결할 송전망 구축입니다. 전력거래소는 호남권 송전선로 13곳 중 12곳이 2030년까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송전망은 주민 간 갈등을 낳는 요소로, 이를 대신할 접속선로 등 지역 내 송·배전망 보강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속도는 불투명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 시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용수 조달 물량·시점
 
반도체산업의 핵심 중 하나는 전력 외에 용수도 있습니다. 이에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지난 보고회를 통해 하루에 필요한 65만톤의 용수 공급 방안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동복댐 3만톤, 주안·장흥댐 여유랑 15만톤, 보성강댐 10만톤, 나주댐 10만톤을 증설로 총 65만톤(메모리 팹 4기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영산강·섬진강 유역 7개 댐의 저장 능력과 여유 용량을 근거로 "일부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물량 활용 등 하루 100만톤 이상의 산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도 "현재 서남권 댐의 여유 물량과 일부 수계 조정만으로 하루 40만~50만톤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예비자원으로 광주 제1하수처리장 재이용수 30만톤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댐 증설과 용수 공급을 위한 공사 계획 등 세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추후 부지가 확정되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③비호남 역차별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꼽는 것은 비호남권 역차별 논란입니다. 정부가 호남에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할 경우 다른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계획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란 반론도 제기됩니다. 
 
먼저 수도권에서는 경기 용인을 중심으로 기존 반도체클러스터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청권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 대상에 포함됐고, 영남권에는 기존 산업을 기반으로 로봇·배터리·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강원권에는 AI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추진해 권역별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호남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권역별 '2023년 광업·제조업조사'를 살펴보면 제조업 제품 출하액은 수도권이 약 670조원(33.3%)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권이 약 610조원(30.3%), 충청권 약 480조원(23.8%)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호남권은 약 240조원으로 전국 11.9%에 그쳤습니다. 수도권과 영남권이 전국 제조업 출하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성일종(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충청권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호남권 반도체 공장 설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태영 의원, 박덕흠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성일종 의원, 김영환 충북도지사, 강승규 의원, 윤용근 의원 (사진=뉴시스)
 
④마지막 문턱 '인재+소·부·장'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의 마지막 관건은 전문인력 확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구축입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수백 개의 소부장 기업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동남권과 대경권을 소부장 혁신거점으로 육성해 공급망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업계는 장비업체와 소재기업, 협력사, 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수도권 수준의 생태계 구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재 관리도 핵심 변수로 꼽히는데요. 젊은 인재들이 호남으로 갈 경우 주거나 문화, 교육 등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대학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는 기업의 투자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대만의 가오슝시 정부는 토양 정화와 용수 확보, 교통 인프라 확충, 인재 공급 등을 적극 지원했고, 그 결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재명정부 4년 동안)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며 "전력망과 용수, 인재 양성 등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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