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이터 들고 협박한 그 업체, 작업계획서·환기시설도 없었다
인화물질 뿌리며 안전점검 막던 업체 임원 체포
작업계획서 없이 '지게차 작업'하다 노동자 중상
쇳물 다루는 곳인데 환기시설 등도 제대로 없어
2026-07-01 15:50:48 2026-07-01 16:04:53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경남의 한 주물공장의 임원이 사업장 안전점검을 하려던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인화물질을 뿌리며 위협하다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노조가 소동 뒤에 안전점검을 진행한 결과, 작업계획서 없이 지게차 작업을 하다 노동자가 중상을 입거나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들이 다수 발견된 걸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29일 경남 밀양에 있는 한황산업 공장에서 업체 임원 박모씨가 인화물질을 뿌리며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1일 경찰과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29일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자동차 주물 부품 제조업체 한황산업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현장 안전점검을 위해 공장에 진입하려 하자, 업체 임원 박모씨가 인화물질인 에탄올을 바닥과 자신의 몸, 조합원들에게 뿌린 뒤 라이터를 들고 위협했습니다.
 
이날 현장엔 안전점검을 요구하는 노조 조합원 30여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박씨는 이들의 공장 진입을 막기 위해 이런 행위를 벌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현장에 있던 경찰과 조합원들에 의해 곧바로 제압·체포됐으며,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박씨가 인화물질 위협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노조의 진입을 막아서려 했던 배경은 이어진 노조의 안전점검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노조가 박씨 체포 직후 현장을 점검한 결과 무려 40여건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확인된 겁니다. 박씨로선 업체가 안전에 소홀했다는 게 밖으로 드러나면 문책을 당할까 봐 아예 문제를 숨기려고 했던 걸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안전점검의 계기가 된 지난 6월17일 지게차 사고는 작업계획서조차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다가 발생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이 업체의 공장에선 물건을 싣고 후진하던 지게차에 노동자가 치인 뒤 바퀴에 끼여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골목에서 지게차 운전수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작업은 산업안전법이 정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진행됐습니다. 산업안전법의 세부 규정을 명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지게차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할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해당 공장은 쇳물을 다루는 주물공장임에도 불구하고, 용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국소 배기 장치 등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안전관리 미비점도 다수 발견된 상태입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안전점검을 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 측에 개선을 요구했다"면서 "그와 별개로 고용노동부 등에도 진정을 넣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노사는 애초 이날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사 측이 일정을 연기하려 하자 갈등도 있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경찰은 박씨에 대해 방화예비죄와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위협을 당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역시 박씨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입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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