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앤트로픽 AI 봉쇄 ‘후폭풍’...탈중앙화 AI 뜬다
미국, 미토스5·페이블5 차단
통제 없는 AI에 관심 커져
사이버 보안 역량 약화 우려
2026-06-19 11:50:52 2026-06-19 11:50:52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전면 제한하면서,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업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AI 고도화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해킹 위협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정도였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업계의 관심이 ‘AI 보안 역량’ 차원을 넘어 특정 국가와 기업이 기술을 독점·통제하는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AI 프로젝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은 차세대 AI 모델인 미토스5(Claude Mythos 5)와 페이블5(Claude Fable 5)를 공개했다. 미토스5는 사이버보안 연구와 취약점 분석에 특화된 모델이다. 함께 소개된 페이블5는 복잡한 코드 분석과 장시간 자율 작업 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회사는 두 모델이 기존 세대 대비 향상된 보안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높은 활용 가능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AI 기술 통제가 강화되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특정 국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탈중앙화 AI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이미지=디지털애셋)
 
국가안보 이유 AI 수출 통제
 
그러나 공개 직후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두 모델에 대한 외국인 접근 제한 방침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외국 국적자의 미토스5와 페이블5 접근을 전면 중단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해외 이용자를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앤트로픽에서 근무하는 외국 국적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사실상 미국 국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용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 것이다.
 
문제는 앤트로픽이 실시간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국적별로 분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특정 국적만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대신 미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AI 산업의 핵심 화두를 'AI 안전성'에서 'AI 주권(소버린 AI)'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정부가 특정 AI 모델을 전략 기술로 분류하고 접근 자체를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AI 역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AI 보안’→‘AI 주권’ 관심 이동
 
디지털자산 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최신 AI 모델의 발전이 스마트계약 분석과 취약점 탐지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디파이 해킹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최신 대형언어모델(LLM)은 방대한 코드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스마트계약 내 재진입(Reentrancy) 공격 가능성, 접근 권한 설정 오류, 가격 오라클 조작 취약점 등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보안 전문가들이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수행하던 분석 작업을 AI가 수분 내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공격자의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를 겨냥한 AI 기반 해킹 시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LLM이 스마트계약 취약점 분석과 악성 코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검증 계약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늘어나고 있으며, AI가 공격 대상 탐색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재광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침해사고분석단 팀장은 <디지털애셋>에 "미토스5를 포함한 글로벌 AI 모델들은 공격 경로 분석에 특화돼 있는 모델들이 많다"며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미국 빅테크의 기술력을 따라가고 방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특정 국적 이용자의 AI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AI와 관련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고민은 더 깊고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AI 모델의 성능 경쟁보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통제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AI 프로젝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탈중앙화 AI는 특정 기업이 모델을 독점 운영하는 대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분산된 방식으로 연산 자원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구조다. 중앙 운영자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만큼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서비스 중단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트텐서·랜더 등에 주목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사업총괄은 <디지털애셋>에 "향후에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중단이나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탈중앙화 AI와 소버린 AI가 함께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탈중앙화 AI 프로젝트로는 AI 학습·추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비트텐서(Bittensor), 분산형 GPU 인프라를 제공하는 랜더 네트워크(Render Network), AI 데이터 공유 네트워크인 오션프로토콜(Ocean Protocol) 등이 꼽힌다.
 
시장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코인마켓캡 기준 TAO(비트텐서)는 일주일 새 23.22% 상승한 260달러(약 39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RENDER(랜더토큰)는 9.25% 오른 1.74달러(약 2600원)를 기록했다. 최근 약세를 보였던 OCEAN(오션프로토콜) 역시 일주일간의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소버린-탈중앙화 경쟁 치열”
 
한편 미국 정부의 이 같은 AI 접근 제한 조치가 디지털자산 업계의 보안 역량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전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인 알렉스 스태모스가 이끄는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모델 접근 제한은 공격자보다 방어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안 연구기관과 방어 조직의 AI 활용 기회를 제한할 경우 오히려 사이버 방어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AI 모델은 이미 스마트계약 감사, 취약점 분석, 코드 리뷰, 침투 테스트 등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의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토스5와 페이블5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산업계와 시장의 관심을 단순한 AI 해킹 위협이 아닌 AI 주권과 기술통제 문제로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디지털자산 업계 역시 AI 기술 자체보다 누가 AI를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버린 AI와 탈중앙화 AI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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