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결제·송금을 지원하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카드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BTC) 가격 하락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 카드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베이시레터(The Kobeissi Letter)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카드의 글로벌 월간 결제액은 2025년 5월 2억7100만달러(약 4131억1240만원)에서 2026년 5월 6억5600만달러(약 9998억7520만원)로 142.1%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BTC) 가격이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입에 시장 관심이 쏠려 있지만, 실제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카드망과 연결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자산이 투자 상품을 넘어 해외 결제와 송금, 일상 소비에 쓰이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하는 디지털자산 카드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배경
디지털자산 카드의 구조는 일반 카드와 유사하다. 이용자가 USDC(US달러코인)나 USDT(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카드 계정에 충전하면, 결제 시 해당 자산이 법정화폐로 전환된다. 가맹점은 기존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결제망을 통해 정산받기 때문에 별도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카드 결제 규모가 늘어난 핵심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코베이시레터는 "카드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자산 카드 채택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ETH(이더리움)과 달리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일상 결제에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카드사들은 이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이용자가 디지털자산 카드로 결제를 진행하면 보유 중인 디지털자산이 실시간으로 법정화폐로 전환되고, 가맹점은 기존 카드 결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정산을 받게 된다.
“글로벌 거래소의 영역 확장”
특히 디지털자산 카드 시장은 단순 결제 기능을 넘어 보상 체계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립토닷컴 카드는 이용 등급에 따라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CRO(크로노스)로 캐시백해준다. 일부 상위 등급 이용자에게는 공항 라운지 이용권과 넷플릭스·스포티파이 구독료 환급, 해외 결제 수수료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발행사는 이용자가 디지털자산을 충전해 비자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트리아카드는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비자 기반 디지털자산 카드를 제공하며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혜택으로는 해외 결제 수수료와 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결제 금액 기준 최대 6% 수준의 캐시백을 TRIA(트리아)로 제공한다. 바이낸스 카드는 최대 8%의 BNB(비앤비) 캐시백을 지원한다. 유럽 지역에서는 서비스가 종료됐으며 현재는 일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디지털애셋>에 “글로벌 거래소 등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이 결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효과가 디지털자산 카드 이용자 확대와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용자들도 디지털자산 카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상 체계를 꼽고 있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BCH 텔레그램 운영자는 11일 <디지털애셋>에 “해외에서 발급받은 디지털자산 카드를 국내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라며 “사용 방식은 일반 체크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결제 금액에 따라 가상자산이 적립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상 결제 과정에서 불편함은 거의 없었고, 일반 카드와 유사한 수준의 사용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향후 MMF(머니마켓펀드), 미국 국채 토큰,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등이 카드와 연동되면 사용하지 않는 자금이 자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금·환전 비용 절감 장점도
이용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카드의 또다른 장점은 해외 송금과 환전 비용 절감이다. 예를 들어 해외 유학생이나 장기 출장자가 국내 계좌에서 해외 계좌로 송금할 경우 송금 수수료와 환전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디지털자산 카드는 지갑에 보유한 USDC나 USDT(테더)를 바로 충전해 사용할 수 있어 국제 송금 절차를 사실상 생략할 수 있다. 해외 체류 중에도 가족이나 지인이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면 몇 분 안에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카드 사용과 발급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발급된 디지털자산 카드를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사례는 존재한다. 하나카드가 크립토닷컴, 서클과 함께 방한 외국인 대상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외국인이 해외 발급 디지털자산 카드를 국내 비자 가맹점에서 쓰는 구조는 운영되고 있다.
국내는 코인으로 결제 불가
반면 국내 거주자가 국내 카드로 해외 거래소에서 디지털자산을 구매·사용하는 것은 현재 제한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디지털자산을 카드 결제 금지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국내 거래소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해외 거래소는 관련 규율 적용이 어렵다”며 외화 유출과 자금세탁 방지 필요성 등을 금지 이유로 들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권 역시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변화에 촉각을 세우며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USDC 발행사 서클과 크립토닷컴과 협력해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연계 결제 마케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카드 발급이 지금은 불가능하더라도 관련 인프라는 선제적으로 구축해 놓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KB국민카드도 지난 3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발란체(Avalanche), 오픈에셋(OpenAsset)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하이브리드 결제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용자가 신용카드에 디지털자산 지갑을 연동해 일반 카드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국의 관련 규제가 바뀔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두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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