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증인 채택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며 시작부터 충돌하고 있습니다. 다주택 보유 논란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직장 내 갑질 방조 의혹 등 검증 쟁점도 산적해 있습니다. 다만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질 검증이 부실해지는 '맹탕 청문회'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야, 첫 회의서 증인 명단 합의 '불발'
18일 열린 한 후보자 인사청문위원회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여야는 증인 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야당 간사를 맡은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의견이 너무 차이가 있어서 결국 (증인을) 채택하지 못했다"며 "증인과 참고인을 통해 후보자가 말하는 것의 사실관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참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당이 요청한 증인은 총 11명으로 한 후보자의 남동생과 여동생,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강 의원은 "한 후보자가 총리 후보자가 되기까지 가장 핵심적인 것은 네이버와 이재명정부와의 특수관계"라며 "이런 증인들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바로 규명하는 게 필요한데 여당이 거부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제출률이 37%로 국무위원 중에 굉장히 낮은 응답률이었다"며 "버티기 청문회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자료 제출 요구라도 합당하게 할 수 있도록 답을 명확하게 받았으면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여당은 야당의 증인 목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당 간사를 맡은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부족하면 후보자에게 물어볼 수 있음에도 굳이 가족들을 증언대에 앉히겠다는 건 가족 신상 털기이자 모욕 주기"라며 "그간 후보자와 관련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도 없는데 성남FC나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자들을 다시 증인으로 부르자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청문회 대상을 한성숙 후보자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의도 아닌가"라며 "후보자의 도덕성·전문성과 관계없는 전형적인 신상 털기 정권 흠집 내기용 증인 요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그냥 네이버에서 일했으니까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 증인 불러서 물어보자 이렇게 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국회가 너무 정제되지 못하고 섬세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본인의 행위나 의혹과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사진=뉴시스)
검증 의혹 많지만…맹탕 청문회 '우려'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화약고는 다주택자 논란입니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중기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주택을 4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후 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를 처분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단 3일 전에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다주택자 논란을 고리로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난타전을 벌일 방침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마귀'라고 몰아붙였는데, 그 말대로라면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는 마귀가 아닌, 대마왕 수준"이라며 "아무리 '내로남불'이 트레이드 마크라지만, 이 정도면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 아니냐. 그렇게 국민을 우습게 알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야권이 가장 주목하는 건 성남FC 뇌물증여 의혹입니다. 네이버가 당시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대통령에게 39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대가로 네이버 제2 사옥 건축에 있어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입니다. 해당 사건은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야권에선 한 후보자가 후원금 집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해당 의사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조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방조 의혹 등도 검증 대상입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 2022년 직원이 상사의 '갑질'로 자살한 사건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기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갑질 책임자로 지목돼 사임했던 최 전 COO가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복귀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야가 증인 채택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맹탕 청문회로 진행될 여지가 큽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열립니다. 인사청문회법 제8조에 따라 증인 출석요구서 마감일은 출석 요구일 5일 전인 오는 22일입니다. 주말이 껴 있어 사실상 오는 19일이 증인 신청 마감인 셈입니다. 하지만 여야가 이날 증인 명단에 합의하지 못한 만큼 과거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증인 없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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