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상 첫 '서울시장 5선' 고지를 밟았지만, 민선 9기 행보엔 벌써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에 따른 사법 리스크, 시의회의 여소야대 구도,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고립 상황 등 여러 난관이 오 시장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10일 오전 오세훈 시장은 6·3 지방선거 이후 재개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자신의 후원자로 하여금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관한 재판입니다.
오 시장은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 수사기관은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를 뒤바꿔 기소하는 것"이라며 "민중기 특검(김건희특검)은 악질적인 특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명태균 일당이 제공한 여론조사는 표본 수가 부풀려진 허위의 가짜 여론조사임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고, 법정 자백도 이뤄졌다"며 "명태균 일당을 사기죄로 조속히 기소해야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결심공판은 오는 17일 예정됐습니다.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늦어도 7월 초쯤엔 1심 선고, 올해 안엔 대법원 선고까지 내려질 전망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법 리스크는 오 시장의 눈 앞에 닥친 가장 큰 위기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 시장의 발목을 잡는 가시밭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의회 원구성 문제도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118석 가운데 80석을 차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38석입니다. 시장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의회의 재의결 정족수가 79석인 만큼, 민주당은 단독으로 오 시장의 거부권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오 시장의 주요 사업인 한강버스부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 등 오 시장의 굵직한 현안도 의회 설득 없이는 추진이 어렵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오 시장이 폐지했던 'TBS 정상화 지원 조례'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언,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이 지난 9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조금 염려가 되는 건 이제 시의회 의석 분포가 (국민의힘이) 3분의 1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딱 2석만 더 있었어도 민주당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 협의가 가능해지고 서로 주고받을 게 가능해진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구도도 오 시장에게 불리합니다. 서울시장을 제외한 인천시장과 경기도지사엔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새 광역단체장인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 등은 모두 이재명정부와 원팀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광역교통망 확충 △수도권 원패스 등 공동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2 대 1' 구도 속에서 오 시장이 얼마나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도 오 시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이유로 "지방선거를 사실상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선거를 하게 된다면 정원오 민주당 후보로부터 신승한 오 시장 역시 당선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에 9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재선거는) 당의 총의를 모은 적 있느냐"며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오 시장은 "(장 대표는) 이미 사퇴를 하나 안 하나 의미가 없어졌다. 심리적으로 리더가 아니다"라고도 비판했습니다.
한편, 이날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당권파로 분류되는 3선의 정점식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내세우며 장동혁 지도부 교체를 요구해 온 김도읍·성일종 의원을 꺾고 원내 사령탑이 된 겁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장동혁 지도부와 보조를 맞출 걸로 관측됩니다. 오 시장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는 장 대표 체제에 힘이 실리게 된 만큼, 당내에서 오 시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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