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에서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AI 투자 동향을 분석한 후 우리나라 AI 생태계 및 투자의 구조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 주도로 피지컬 AI와 응용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야 하며 △기획예산처에서 예산 편성권과 기금 운용권을 능동적으로 연결해 AI 투자에 나서야 하고 △AI 사회보장세를 신설해 AI가 창출하는 독점 이익과 사회적 비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AI 사회보장세 신설’은 결국 로봇세(Robot Tax, 이하 ‘로봇세’) 도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의 연구기관도 로봇의 노동 현장 투입은 불가피하므로 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세무학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로봇세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예컨대 자비에 오베르송(Xavier Oberson, 2017)과 라이언 애벗(Ryan Abbotte, 2018) 등은 로봇세가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생기는 소득불평등 해소와 실업자 재교육 및 복지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로봇세 과세를 긍정한다. 즉, 로봇으로 인해 생산 현장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와 그로 인한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로봇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로버트 시먼스(Robert Seamans, 2019)와 한리크 앤더슨(Hanrik Anderson, 2019)은 로봇세가 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기업의 기술혁신과 생산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가간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달리 말하자면 로봇과세는 시장에서의 자원 배분에 왜곡을 일으켜 경제적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학자들의 경우 대체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에 따른 실업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세 과세를 긍정하는 견해를 보인다. 예컨대 박훈(2020)은 로봇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로봇세를 정의하면서 로봇의 투입에 따른 일자리와 세수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홍범교(2020)의 경우 로봇이 기존의 자본재와 달리 강력한 초과수익력을 보유한 상각되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노동소득분배율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으며, 윤현석(2023)은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그에 따른 노동소득과 세수 감소의 보전을 목적으로 로봇을 납세의무자로 간주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해외의 연구는 거시적 측면에서 로봇세의 찬반을 다루고 있다면 국내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로봇세 과세에 찬성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사 유튜브 채널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통째로 전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이와 관련해 필자는 로봇세의 과세에 있어서 로봇을 기계장치와 같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데이터와 그 처리장치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력을 담세력으로 포착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로봇을 유기체이자 감가상각자산인 기계장치와 무기체이자 감가상각되지 않는 데이터(전자적 물건)로 구분해 과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로봇의 초과수익력은 감가상각 대상인 기계장치가 아니라 국민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각종 정보(개인정보)를 가공 처리한 데이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로봇세와 데이터세는 병행해 시행해야 그 정책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얼마 전 현대기아차그룹에서 공개한 피지컬 로봇(아틀라스)에서 보듯이 이미 로봇의 시대가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왔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시간이다. 로봇과세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 마련을 기대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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