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주노동자 110만 시대…도움 줄 공익변호사는 69명
로펌 변호사비 내기 힘든 이주노동자 공익변호사 찾아
공익변호사, 수당도 없이 무료 변호해…숫자도 극소수
이주노동자 보호 위해선 공익변호사 지원 체계도 필요
2026-05-06 14:39:39 2026-05-06 14:44:57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권리를 대변할 공익 변호사는 전국에 단 69명뿐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인권침해 위험에 노출되기 쉽지만, 비싼 수임료 장벽 탓에 일반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무료로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공익 변호사가 이들에겐 가장 든든한 방패인 셈입니다. 하지만 공익 변호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법률 사각지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30일 전국이주인권노동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노동절 맞이 긴급 이주인권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익 변호사 1명이 1.6만명 담당…사실상 봉사활동 
 
6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의 피해를 본 이주노동자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국내 공익 변호사는 69명에 불과합니다. 변호사와 공익단체 소속 법률가들인 이들은 이주인권사례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법률 상담·지원을 하거나 관련 판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이주노동자 숫자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이주노동자 수는 110만9000명에 달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변호사 1명당 이주노동자 1만6072명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숫자가 4만397명 정도인 점과 비교해도 이주 인권 분야의 인력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공익 변호사 수가 적은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경제 문제 탓입니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선 폭행·폭언 등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업무상 불합리한 처우를 받더라도 일반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하기 힘듭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수임료가 걸림돌입니다. 결국 이주노동자 입장에선 돌고 돌아 공익 변호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공익 변호사들은 아무런 금전적 이득 없이 사실상 봉사활동에 가까운 형태로 이주노동자를 돕는 구조가 고착화됐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200만원 상당의 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은 비싼 변호사 수임료를 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공익 변호사를 찾게 된다"면서도 "변호사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공익 사건만 전담하다가는 사무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진다. 기존에 수임한 일반 사건들과 병행하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공익 변호사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2024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입니다. 아리셀 참사로 희생된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가족들을 도운 변호사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입니다. 이들은 변호사 수임료는 물론 상담비 등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참사 직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사측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대리한 민변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된 민·형사 사건 재판 통틀어서 유가족 등으로부터 아무런 금전적 이득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사비를 지출하면서 법률 지원에 나섰다"면서 "공익적 사건을 맡은 일부 로펌 소속 변호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주노동자를 돕는 변호사는 극히 드물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20일 화성시의 한 도금업체에서 발생한 '에어건 학대'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 지원에 나선 조용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역시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에게 수임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2026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이주노동자 110만…국가 차원 법률 지원 체계 필요
 
법률 지원의 부재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하지 못한다는 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 아래에선 이주노동자가 이직 후 3개월 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해도 추방을 걱정하며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다야 라이(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세간에 알려진 이주노동자 피해 사례들처럼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는 운이 좋은 극히 소수"라며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면 경찰 신고는커녕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혹시라도 추방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인권침해를 견디고만 있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익 변호사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변호사들에게 최소한의 수당이라도 지급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공익 사건에 나설 것이라는 말입니다.
 
현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를 통해 공익 변호사를 선임합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자체의 예산이 부족해 변호사들에겐 상담비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경기도청 소속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이주노동자 사건을 위해 매년 20명 안팎의 변호사를 모집하고, 사건당 약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합니다.  
 
최정규 민변 노동위원회 이주노동팀장은 "이주노동자들을 무료로 돕고 싶은 변호사는 많지만 수익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어떤 기관도 인권침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를 돕는 공익 변호사를 지원하지 않는다. 공익 변호사가 확충될 수 있도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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