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0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 하루 만에 '재봉쇄'하면서 '종전'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낙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상황 관리에 돌입했는데요. 2주 휴전 협정 종료일인 21일을 목전에 두고 막판 기싸움이 거세지는 모양새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접한 이란 케슘섬 항구 시설물들이 현지 목격자들이 미국-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전한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사진=뉴시스)
선박 2척 '공격'까지…미국도 '나포 준비'
18일 <A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면서 "이 전략적 해협은 다시 군의 강력한 관리와 통제 아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협상파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을 밝힌 지 하루 만입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어떤 접근 시도도 적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할 것이고 해당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 측이 하루 만에 입장 변화를 보인 명분은 미국이 휴전 협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푼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감사하다"라고 적었지만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이 100% 완료되기 전까지 이란에 한해 해군 봉쇄를 전면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졸파가리 대변인은 "불행히도 미국인들은 과거에도 그랬듯 약속을 또 깨고 이른바 '봉쇄'라는 이름으로 해적질과 해상 강도질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17일 이란의 '일시 개방' 이후 유조선 10여척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재봉쇄 선언 이후에는 선박 피격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IRGC 고속정 2척이 유조선 1척을 공격했고, 컨테이너선 1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여기에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서는 이란 연계 선박을 나포할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정학적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이란 측의 공격이 인명 피해나 화재를 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원탁회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긴급회의 소집…협상 움직임도
"하루이틀 내 합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며 낙관론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란의 재봉쇄가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긴급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들은 해협을 다시 폐쇄하길 원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 없다"면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란의 재봉쇄에도 2차 협상을 위한 물밑 작업은 포착되고 있습니다. 회담 장소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주변 주요 지역은 '봉쇄'를 방불케 하는 보안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를 위해 파키스탄은 600개 이상의 검문소와 1만명 이상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이란 대표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를 위한 다국적 방어 임무 참여를 공식화했습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회의에 참석한 이후 한국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는 중동 전쟁의 종전 이후 통항 선박의 호위 임무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청해부대의 파견이 유력시됩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동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는 방침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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