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에서도 노동위원회(노동위)가 노조의 손을 잇따라 들어주면서, 조선·철강 등 이른바 ‘중후장대’ 업종 전반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향후 유사 판정이 잇따르게 되면, 노사관계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인천지노위)와 경남지방노동위원회(경남지노위)가 지난 16일 각각 현대제철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과 한화오션 하청노조인 웰리브지회의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며, 잇따라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사용자성 인정 판단을 받은 사례가 됐습니다. 인천지노위는 이날 현대ITC노조가 신청한 사내하청(협력사)과 자회사 간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됐다는 것은 원청의 사용자성 역시 함께 인정됐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번 판정으로 현대제철은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소속 노조인 현대ITC·현대IEC,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소속인 현대ISC·현대IMC·현대스틸파이프지회, 상급단체가 없는 현대ITC민주노조 등 세 단위로 나눠 교섭에 나서야 합니다.
특히 현대제철은 앞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불법파견이 일부 인정됐지만, 대법원 판단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판정으로 교섭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날 한화오션에서도 노조 측과 교섭에 나서라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경남지노위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웰리브지회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관련 시정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하청노조인 웰리브지회는 교섭을 요구했지만, 한화오션은 이를 공고하지 않았고, 이에 노조 측은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웰리브는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급식, 통근버스 운영, 시설관리 등을 맡는 업체로, 해당 노조는 원청의 관리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며 한화오션의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가 잇따라 노조 측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면서, 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은 조선·철강 등 이른바 중후장대 업종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이번 한화오션 사례처럼 지원 업무를 맡는 노조들의 교섭 요구도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장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제조 현장을 넘어 급식·청소 등의 영역까지 사용자성 인정이 확산될 경우 기업 부담과 산업 현장의 조정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임 교수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다층적 하청 구조와 원·하청 간 격차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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