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펫 파산, RCPS 투자 구조 갈등…드러난 벤처투자 사각지대
바텍 출자 조합·레이언스 투자 결합…RCPS·CB 구조 속 경영권 충돌
"지배력 행사" vs "개입 없다"…전 대표·투자자 주장 엇갈려
중기부 "민간 분쟁" 판단에 조사 제외…제도 밖 분쟁 처리 한계
2026-04-15 16:40:49 2026-04-15 17:50:24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동물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블록펫이 벤처투자 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갈등 끝에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텍(043150)에서 출자한 벤처투자조합과 그 계열사로 지목되는 투자자가 결합된 지분 구조 속에서 갈등이 발생했지만, 관련 사안이 정부의 관리·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제도 공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블록펫 홈페이지. (이미지=블록펫)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8월 메이플투자파트너스가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참여한 스마트헬스케어MIP투자조합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블록펫에 투자했습니다. 해당 투자조합은 바텍이 약 100억원(지분율 48%)을 출자해 조성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블록펫의 투자 구조는 벤처투자조합의 RCPS와 바텍 계열사인 레이언스(228850)의 보통주·전환사채(CB) 투자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2023년 12월 레이언스는 보통주와 CB 방식으로 투자했으며, 지난해 10월 기준 지분율은 20.3%로 MIP투자조합(11.5%)을 넘어 기존 대표 지분(22.7%)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두 투자 주체의 지분이 결합될 경우 기존 대표 지분을 상회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바텍과 레이언스는 바텍이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동일 지배구조에 속해 있으며, 여기에는 우리엔 등 계열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바텍 임원들은 메이플투자파트너스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투자계약서에는 RCPS의 전환권·상환권이 규정돼 있으며,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참여권,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및 손해배상 조항 등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다만 계약 구조를 보면 RCPS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계약 조항의 영향이 더 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존 대표의 의사결정과 지분 처분이 제한될 수 있는 구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블록펫 전 대표 김모씨에 따르면 기존 RCPS 지분과 결합된 레이언스의 신규 투자금은 사실상 우호 지분으로 작동했습니다. 김씨 측은 '전환 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근거로 RCPS가 투자자 측의 지배권 행사 근거로 활용됐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측 인사가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김씨 측이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등 경영 구조가 변경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23년 10월 작성된 내부 문건에는 자금 집행과 인장 관리 등 경영 관리 체계 변경 내용과 함께 레이언스 자회사인 우리엔을 중심으로 한 관리 기준이 제시됐으며, RCPS와 CB를 포함한 투자자 측 지분이 최대 50% 이상으로 산정된 흔적이 확인됩니다.
 
김씨는 "지분 구조를 근거로 레이언스 등 투자자 측이 경영권을 행사했고, 대표이사 선임 이후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회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와 보증 책임은 개인에게 남았지만, 투자자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2월 접수된 블록펫 관련 벤처투자 부당행위 신고에 대해 '피투자기업 주주 간 분쟁'으로 판단,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회신 공문. (이미지=블록펫 피해자 측)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제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해당 사안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벤처투자 부당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됐지만, 중기부는 벤처투자회사 및 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만 감독 대상이라는 이유로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전 대표 측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국벤처투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투자조합 관리와 기업 경영은 별개 사안이라는 답변이 반복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초기 투자 주체인 벤처투자조합은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후 등장한 레이언스 등 일반 법인 투자자의 행위는 별도 주주 간 분쟁으로 분리되면서 투자 구조 전체에서 발생한 갈등이 행정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창업자 연대책임 금지를 위한 관련 법안을 발의해 일부는 국회를 통과했지만, 투자 계약을 통한 우회적 책임 전가나 경영권 박탈 문제는 여전히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사례를 포함해 제도 미비 부분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보완 입법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이플파트너스 관계자는 "조합은 규약과 법에 따라 운영되며 운용사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특정 기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투자는 조합 단위로 이뤄진 것이며 특정 회사가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와 연결짓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레이언스 관계자는 "투자는 조합을 통해 이뤄졌고, 이후 사업 시너지 차원에서 추가 투자를 진행했을 뿐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영 악화 이후 추가 자금 투입과 인력 지원을 했지만 사업이 기대처럼 진행되지 않으면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도 기존 대표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경영권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영권 행사 의도가 있었다면 RCPS 전환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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