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맥쿼리의 유령
2026-04-09 15:00:21 2026-04-09 15:06:14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둘러싸고 재원 조달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맥쿼리의 유령'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일부에서 송전망 민간자본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서울도시철도 9호선 등에서 나타난 '공공 부담, 민간 수익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전력망 투자 재원이다. 한전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 발행을 지속 확대해 왔고, 이미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2022년 국회는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 2027년 말까지 한전채 발행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늘리도록 허용했다. 현재 한전채 발행한도는 90조5000억원 수준이며, 일몰을 앞두고 연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채는 정부의 암묵적 보증을 바탕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속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다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채권시장 금리를 끌어올리고 민간기업 자금 조달을 위축시키는 '자금 흡수 효과'가 나타난다. 2022년 한전채 발행 급증 당시 회사채 시장 경색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자본까지 결합될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맥쿼리 인프라 펀드의 경우 공공 인프라 사업에서 반복적인 수익 구조 논란을 낳아왔으며, 서울도시철도 9호선이 대표 사례다. 2009년 개통된 9호선은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됐고, 맥쿼리한국인프라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운임 자율성을 근거로 2012년 기습적 요금 인상을 시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9호선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연평균 372억원이, 2014년 이후 최소비용보전(MCC) 방식으로 전환된 뒤 2022년까지 연평균 685억원이 지원됐다. 이는 민간이 수익을 확보하고 부족분은 공공이 보전하는 구조로, 공공 수익의 민간 이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전망은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이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는 자산이다. 운영권이나 수익권이 민간으로 이전될 경우 요금 체계와 투자 방향, 설비 확충 전략은 물론 공공 통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민간투자 사업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요금 선납 제도도 거론된다. 이는 국민과 기업이 선투자 형태로 참여하고 향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 한전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국민이 인프라 수익을 직접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정책 선택의 방향은 분명하다. 한전채 발행 확대와 민간자본 의존은 손쉬운 재원 확보 수단이지만, 시장 왜곡과 공공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국민 참여형 투자와 선납 구조는 재원 조달과 공공성, 수익 환원을 동시에 달성하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에너지 고속도로가 민간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변질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함께 만드는 공공 인프라로 남을 것인지는 지금의 정책 설계로 결정될 것이다. 과거 '맥쿼리의 유령'을 다시 불러올지, 아니면 걷어낼지도 이에 달려 있다.
 
이지우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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