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재생에너지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망 사업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송전망 민간 개방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재무 여력을 명분으로 민간사업 시행 방식이 추진될 경우, 공공이 운영을 맡더라도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되는 '제2의 맥쿼리식 민자사업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 시기부터 이어져 온 전력망 민간 참여 논의가 법안 발의를 계기로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입법 추진 배경과 경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송전망 민간 참여 확대 법안…수익 귀속 구조 쟁점 부상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국민참여형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가운데, 지난달 국회 기후에너지환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박정 민주당 의원이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민간투자 확대를 전제로 한 입법 논의도 병행되면서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송전망 구축 주체보다 수익 귀속 구조에 있으며, 민간 중심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달 공개된 국회 기후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도 해당 법안 통과 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과 정산 구조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이 같은 구조의 중심에는 지난해 10월 허종식·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허종식 의원 법안은 기존 송전사업자에 한정됐던 사업시행자를 '송전사업자 외의 자'까지 확대해 민간도 송전망 사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한전의 재무·인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되지만, 송전망 투자 구조 자체를 민간 참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됩니다.
여기에 더해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민간이 건설한 송전 설비를 한전이 반드시 인수하도록 하는 '양수 의무'를 명문화했습니다. 허종식 의원안이 민간 참여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안도걸 의원안은 민간투자 구조를 제도화하는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고 수익은 민간이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쟁점입니다.
송전망 사업 구조 개편…'소유는 공공·수익은 민간' 구조 쟁점
법안 추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한전의 재무구조 문제가 지목됩니다. 전기요금 억제 정책 영향으로 원가 이하 공급 구조가 지속되며 누적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섰고, 이로 인해 송전망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전채 발행 한도는 법 개정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재무 문제와 민간 개방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표면적으로 이 개정안 자체를 민영화 법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민간이 건설한 설비는 최종적으로 송전사업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업시행자 지정 조건과 절차, 비용 정산 방식 등 핵심 사항이 대부분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어 국회 입법 없이도 주요 기준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특히 사업시행자는 단순 시공사가 아니라 투자비 조달과 수익 회수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하위 규정에 따라 사실상 민간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로 설계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또한 해당 법안은 단순한 건설 참여를 넘어 '사업시행자' 지위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점에서 기존 민간투자사업과 유사한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민간이 시설을 건설한 뒤 공공에 넘기고 대가를 받는 '건설 후 이전(BT)'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설계에 따라 '건설·운영 후 이전(BTO)'이나 '건설 후 임대(BTL)'와 유사한 수익 구조로 작동할 여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후노동위 검토보고서는 민간 참여 시 한전 직접 시행 대비 약 6.9%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정산 기준에 따라 공공의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전망은 전기가 통과하는 필수 설비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충될 수밖에 없는 인프라입니다. 이 같은 구조가 설계될 경우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민간에 귀속될 수 있으며, 투자비와 금융비용은 결국 전기 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안에 요금 인상 조항이 직접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수익 회수 구조가 설계되는 순간 비용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민자사업 반복 우려 속 '국민참여형 투자' 대안 부상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인천공항철도, 서울도시철도 9호선 민자사업 사례 등에서 이미 현실화된 바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서 최소비용보전(MCC)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확대된 사례로, 민간사업자의 손실은 사실상 보전되는 반면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주민 수용성' 논리 역시 핵심 쟁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간사업자 참여가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갈등의 본질은 사업 주체가 아니라 보상과 이익 배분 구조에 있다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재원 조달 방식의 '국민참여형 투자 구조'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민간자본에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투자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나 주민참여형투자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민간 중심 수익 구조 대신 국민에게 수익을 환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대해 한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민간자본은 일정 수익률을 전제로 투자하는 만큼 비용 회수 압력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송전망은 수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느냐가 핵심인데, 이 기준 없이 민간 개방이 추진될 경우 기존 민자사업에서 나타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정책금융 전문가는 "민간 참여 시 약 6.9% 수준의 추가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라면 국민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며 "국민성장펀드나 주민참여형투자, 토큰증권(STO)을 활용한 투자 구조 등 공공 중심 모델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3년 윤석열정부 당시 한전 내부 입지선정위원회가 독립하면서 전력망 민간 참여 논의가 이어져왔다"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여당 주도로 이번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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