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경찰이 이르면 다음달 조직개편과 함께 일선 경찰서 정보과를 부활시킵니다. 20년 넘게 써온 '정보관'이라는 호칭은 '협력관'으로 바꿉니다. 애초 문제가 됐던 모호한 정보수집 범위, 부족한 법적 통제에 대해선 큰 개선 없이 정보과가 재설치되는 모양새입니다. 시민단체 등에선 "사찰과 정치적 개입 등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보 경찰의 흑역사를 되짚어 봤습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상반기 일선 정보과 부활에 맞춰 정보관의 명칭을 '경찰 협력관'으로 변경하는 방안 검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상반기 일선 정보과 부활에 맞춰 정보관의 명칭을 '경찰 협력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앞서 경찰은 2024년 2월 '현장치안 강화'를 이유로 전국 261개 경찰서 중 198곳의 정보과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중심으로 '광역정보팀'만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 범죄 사태' 등을 계기로 초국가범죄 근절에 외사·정보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정보과 원상복구까지 추진됐습니다.
결국 이달 5일 국가경찰위원회에선 정보과 재설치를 핵심으로 한 개편안이 확정됐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시·도 경찰청 광역정보팀 81개는 폐지됩니다. 여기에 소속됐던 인력들은 198곳의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배치될 계획입니다.
경찰이 정보관들의 명칭 변경을 검토하는 건 그간 쌓여온 '정보 경찰'에 대한 사회적 불신 때문으로 보입니다. 과거 정보 경찰은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의 동향을 조사한다는 명분 아래 여러 차례 불법 사찰 논란을 빚어 왔습니다.
2016년 박근혜정부 때 경찰청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후보 당선'을 목표로 문건을 작성했고,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까지 넘겨진 바 있습니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지역 정보 경찰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 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선거에 개입할 소지가 있는 문건을 만든 걸로 드러났습니다. 또 2012∼2016년 청와대와 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교육감,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해 사찰하는 등 위법한 정보 활동을 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정보 경찰은 이명박정부 당시 경찰의 '댓글 조작' 사건에서도 등장합니다. 2008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경찰청 정보국·보안국, 서울시내 경찰서 소속 정보·보안 담당자 등 경찰 1500명이 인터넷에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댓글을 작성하는 등 여론 조작에 나선 정황이 밝혀진 겁니다. 이들은 천안함 사태(2010년), 연평도 포격(2010년), 유성기업 파업(2011년 시작), 한진중공업 희망버스(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2011년)을 비롯해 정치인 수사 등 각종 국가적·사회적 현안을 두고 여론 조작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이런 논란을 피하고자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보수집 범위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보수집을 독점하는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정보 경찰은 오랫동안 정권에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생산하며 권력 유지를 위한 통치수단으로 활용됐다"며 "'공공안녕'이라는 개념 역시 추상적이고 모호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했습니다.
수사와 정보 권한 모두 쥔 경찰
경찰은 올해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국가 중추 수사기관'이라는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 후 경찰 권한이 크게 확대된 상황인데, 정보과까지 부활하게 된 겁니다.
검찰청 폐지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선 경찰서 정보과 부활로 경찰은 '수사와 정보'라는 권한을 양손에 쥐게 됐습니다.
경찰은 이미 형사·강력·마약·사이버 범죄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공수사권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대부분의 수사 권한을 사실상 경찰이 쥐게 됐습니다. 여기에 정보과 부활로 정보수집 기능까지 강화되면, 수사와 정보가 한 기관에 결합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셈입니다.
경찰은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고 범죄 첩보를 원활히 확보하려면 정보과 부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국내 정보·수사 기능을 수행하던 시기에도 국회 정보위원회 등 일정한 통제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반면 경찰 정보 기능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외부 감시 체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형상으로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있지만, 자문·심의 기구에 그쳐 경찰의 정보활동 전반을 상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기존에 각 부서별로 대응하던 정보 수집 기능들을 각 부서에서 하면 될 일이지 별도의 정보과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과거에 경찰서 정보과에서 저질렀던 권력의 오남용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오해를 자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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