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큐온 이어 SBI·웰컴도...저축은행, CCM 인증 물결
2025-12-16 15:10:26 2025-12-16 17:57:21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애큐온저축은행에 이어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까지 소비자중심경영(CCM, Consumer-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잇따라 획득하며 저축은행업권 전반에 CCM 확산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CCM 인증이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거래 신뢰 지표이자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는 것으로 보입니다.
 
CCM은 소비자기본법 제20조의2에 근거해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제도로,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 과정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지는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권, 소비자중심경영 확산 분위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올해 신규 인증 38개사, 재인증 11개사 등 총 49개사에 CCM 인증을 부여했습니다. 이날 기준 전체 CCM 인증 기업 수는 총 272개사에 달합니다. 대기업군 중 저축은행업권에서는 지난해 연말 애큐온저축은행이 저축은행업권 최초로 CCM 인증 기업에 올랐습니다. 이후 올해는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이 연달아 CCM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CCM 평가는 소비자 불만의 사전 예방과 사후관리 체계 구축 여부를 중심으로 △리더십 △CCM 체계 △CCM 운영 △성과관리 등 4대 대분류 항목에 대한 심사로 이뤄집니다. 여기서 항목별 75% 이상, 1000점 만점 중 총점 80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올해로 18년째를 맞은 CCM 인증제도는 기업의 자발적인 신청을 전제로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의 엄격한 평가를 거쳐 부여됩니다. 저축은행업권은 2주 내외의 현장 실사를 진행했으며, 대표이사 및 실무자 인터뷰와 사전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다고 확인됐습니다.
 
박용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중심경영팀장은 “공정위 고시에 따라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신청 기업을 직접 방문하고, 소비자중심경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저축은행업권을 포함해 전 산업군에서 소비자중심경영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TF부터 조직문화까지…전사적 CCM 전략
 
인증을 받은 저축은행 3사에서는 조직 전반에 CCM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물론, 업권 최초로 CCM 인증을 받은 애큐온저축은행까지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중심으로 조직문화와 업무 절차 전반을 소비자 관점으로 재정비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통점은 CCM을 특정 부서만의 과제가 아닌 ‘전사 과제’로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대표이사 또는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중심으로 한 TFT를 통해 소비자 관련 이슈를 신속히 공유하고, 정책 수립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업무 단계에 소비자 관점을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내부 규정과 운영 매뉴얼을 정비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캠페인을 병행하며 조직문화 전반 인식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또 다른 공통 전략은 금융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개선 과제를 중심에 둔 점입니다. 고객 응대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담 조직 신설과 서비스 고도화, 금융 소외계층을 고려한 접근성 강화, 소비자 불만의 사전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 구축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어 상담, 고령층 맞춤 서비스, 금융 교육 확대, 금융사기 예방 활동 등은 각 사의 방식은 달랐지만 ‘소비자 경험 개선’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윤리경영과 내부통제 강화 역시 공통적으로 강조됐습니다. 준법 서약과 내부 신고 제도 운영, 내부통제 협의체 가동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일회성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 요소로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아울러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사적 접근이 CCM 인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단순 민원 대응이나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니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를 대응하기 위한 대표이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전사적인 참여와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없으면 인증은 물론 지속적인 유지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금융 확산과 상품 구조의 복잡화로 소비자 불편과 오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예방 중심의 체계적인 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조직문화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러한 공통 전략은 향후 저축은행업권 전반에서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내부통제·소비자 보호 차별화, 중소형엔 문턱
 
CCM 인증은 저축은행업권의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을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관점의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업무 단계 전반을 조정해온 노력이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긍정적인 고객 경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평가를 받은 결과로 해석됩니다.
 
실제 CCM 인증을 획득한 저축은행들은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을 거쳤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약 1년, 웰컴저축은행은 8개월가량 전담 TF 운영과 내부 규정 정비, 조직문화 개선 작업을 이어오며 인증 절차에 대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관여와 전사적 참여가 필수 요소로 반영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증 이후에도 이들 저축은행의 행보는 적극적입니다. CCM 인증 유효기간은 3년에 불과한데요.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모두 재인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한 번 인증받고 끝내는 제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자 중심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3년 뒤 재인증을 목표로 체계를 유지·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도 "CCM 체계를 잘 확립시켜 3년 뒤 재인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시장 전반에 확산된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속에서 CCM 인증이 저축은행 간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뢰 측면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CCM이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확산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한계도 함께 제기됩니다. 인력과 조직, 시스템 투자가 상대적으로 충분한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저축은행은 인증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회사가 얼마나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과 서비스를 운영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인 만큼,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형사에는 높은 문턱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CCM 확산을 위해서는 업권 전반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SBI저축은행(위)과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들이 소비자중심경영(CCM) 선포식을 진행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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