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F 2024)이장주 "게임 질병코드, 사회문제 방치하고 희생양 찾는 것"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장
뉴스토마토 게임포럼 강연
"게임 아닌 관점이 문제"
2024-07-10 14:04:05 2024-07-10 17:53:1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문화예술인 게임을 이용하는 것에 질병 개념을 도입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4)'에서 '문화예술과 질병코드, 공존 가능한가?'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이 소장은 게임 이용을 죄악시하는 문화는 노동중심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봤습니다. 노동을 위한 보충·회복 수준을 넘는 놀이를 비난하는 것은 '개미와 베짱이'식 세계관이란 지적입니다.
 
기술 진보로 생산성이 늘고 문화예술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국내에선 2022년 게임이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에 포함됐습니다. 그럼에도 게임 이용의 질병화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이 소장은 "바뀐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여전히 과거의 노동 중심, 개미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게임 이용 장애라는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문화예술과 질병코드, 공존 가능한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하는 행위가 1년 이상 지속되면 게임 이용 장애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요. 이 소장은 "게임을 일상으로 하려는 e스포츠 선수와 게임 개발자, 게임을 정체성으로 삼는 게이머에게 일상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게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등 게임 활동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소장은 과거 소설·만화·영화가 폄훼 당했듯, 게임도 순기능이 외면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임은 공정한 기회를 통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주고, 협동을 통한 관계 발전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이 소장은 과거 미국 평론가 케네스 버크가 문학을 '삶의 도구'라고 불렀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대 사회의 게임도 현실이 채우지 못하는 무언가를 향유해 온전한 삶을 이루게 하는 삶의 도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소장은 "게임을 통해 좋은 것을 어떻게 나눌까와 관련된 삶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봐야 할 시점"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주체성을 못 느꼈을 때 집에서 게임을 하는 건 삶을 위한 활동이다. 이를 시간 낭비 행위라고 하는 건 21세기 인간으로서의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4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여행이나 관람 활동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시간과 돈이 부족해 여가 활동으로 게임만 선택하게 되는 청소년의 처지도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는데요. 이 소장은 "이런 문제를 놔둔 채 과몰입하는 게임만 문제라고 하는 건, 역으로 보면 사회적 문제들을 그냥 놔두고 뭐 하나만 희생양으로 삼아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예술에 질병이라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자가당착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소장은 "만화·영화·소설을 폄훼했던 건, 그(매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 부당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발표에선 우리가 예술가라 부르는 유명 화가나 소설가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됐는데요. 많은 예술가들이 현대 기준으로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았습니다. 에드바르 뭉크는 공황장애와 알콜 의존증이 있었고, 차이코프스키는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양극성장애와 조현병을 앓았습니다. 그럼에도 '음악 이용 장애'나 '그림 이용 장애', '영화 이용 장애'라는 말은 없습니다.
 
이 소장은 "이들의 예술은 적응 기제로서의 예술이었다"며 "문화예술이 인류사에서 추앙 받은 이유를 보면, 이런 작품들이 정신 장애 증상이 아니라 치료와 회복의 실천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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