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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조용필이 한국 대중음악에 던진 메시지
본류인 록 장르로 회귀…70세 넘어도 '하고픈 음악 한다는 것'
전문가들 "시장의 승리 차치하고라도 음악의 승리는 확실"
조용필 "굉장한 완벽주의자"…연주자들과 하루 6~7시간씩 공연 연습
2022-12-02 16:24:28 2022-12-02 16:24:2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왕' 조용필의 두 신곡('찰나'·'세렝게티처럼')이 현재 한국 대중음악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9년 만에 발표된 두 신곡은 내년 발표할 정규 20집 수록 예정. 19집('바운스'와 '헬로') 때처럼 세련된 감각과 색채가 통통 튀어오른다는 점에선, 분명 전작과 연결선상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지점들이 미세하게 엿보인다. 발표 2주 가량이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음악업계와 평단의 의견을 종합하면, 속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은 두 곡 모두 조용필이 본류인 '록'으로 회귀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가수 조용필.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우선 '찰나'는 댄서블한 전자음 사운드와 귀에 쏙쏙 꽂이는 멜로디가 특징인 팝 록 장르.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부터 트와이스, 슈퍼엠까지 K팝 곡들을 작곡한 앤디 러브가 댄스 일렉트로닉 음을 맡고,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 90년대 틴팝 작곡가로 나섰던 댄 매칼라가 전체적인 멜로디를 입힌 곡이다. 곡의 서사는 "사람과 사람 간 거대 우주를 만드는 어떤 찰나"에 대한 이야기다.
 
'찰나'가 소우주라면, '세렝게티처럼'은 대우주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좁아진 시야를 다시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처럼 넓히자는 이야기. 무한의 기회가 펼쳐진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가자는, 팬데믹을 관통한 모두를 위한 응원가다.
 
핀란드 심포닉 메탈 밴드 아포칼립티카, 독일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즈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스웬덴 출신 음악 프로듀서 마틴 한센이 참여한 곡은 스케일부터가 남다르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10년이 흐르면서도 보이스는 약해지지 않았고 더 단단해졌다"며 "랩과 록이 조화를 이루는 '헬로', 가벼운 일렉트로닉의 '바운스'가 '젊은 음악'에 무게를 뒀었다면, 이번 신곡들('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은 록에 집중하는 면모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봤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도 "80년대 상징이던 조용필이 가장 현대적인 음악으로 2010년대(19집)와 2020년대(20집) 안착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신스팝 중심의 2010년대 '헬로'엔 옛 가수가 아닌 지금 시대의 가수로 자리잡고 싶은 마음이 투영됐다고 한다면, 신작은 평생 추구해 온 록을 지금 시대의 문법으로 들려줬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신곡 '세렝게티처럼' 무대.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공연에서 조용필은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과 함께 '찰나'와 '세렝게티처럼' 초연 무대를 가졌다. 
 
이번 무대에서, 조용필은 왜 그와 그의 밴드가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대 줄기이자, 오늘날까지 세련된 팝록으로 젊은 세대에까지 닿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2014년 서태지와 만남 당시 '공연 연출을 위해 뮤지컬 하나를 12번이나 본다'던 그 다운 공연이었다. 무대 시작 전, 1층 위로 눕혀진 길이 40m, 무게 2t의 직사각 대형 플라잉 LED가 좌중의 시선을 끌었다. 무대가 암전되고 플라잉 LED가 핑크플로이드 공연처럼 45도 각도까지 고개를 들 때 미스터리는 서서히 풀려갔다.
 
이날 최대 백미는 '세렝게티처럼' 순서.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이 넓은 LED 화면에 광활하게 그려지는 순간, U2 '조슈아트리' 무대를 보는 환영이 일었다. 또 다른 신곡 '찰나' 때는, 알록달록한 일러스트가 통통 튀는 팝 록 사운드에 섞여, 외국 팝 같은 인상을 줬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3년 전 12월 U2의 첫 내한 공연이 연상됐다"며 "아름다운 광경이 깨끗한 해상도로 펼쳐지고 곡의 핵심을 찌르는 지점에서는 미디어 파사드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티스트로서 본인이 아이처럼 신나하며 새로운 음악과 최고의 무대를 만드려는 거장의 노력은 지금 후배 세대의 음악가들도 분명 자극받을 만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신곡 발표가 2주 가량이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흔히들 얘기하는 '국내 주요 음원차트 순위'를 기준점으로 놓고 본다면, '바운스 열풍' 만큼은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바운스 열풍' 때는 19집을 한번에 냈고, 이번에는 싱글 두 곡만 먼저 공개했으므로 상대 비교는 어렵다"며 "다만, 영제너레이션으로 향하는 시선은 전작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금 세대에 펀치력이 약하지도 않은데 들썩 하지 않는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또 "조용필이 원한 것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본다"며 "본인은 하고 싶은 음악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노래의 성격상 현재 가요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 무대 전경.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일각에선 음악 산업 자체가 팬덤 산업으로 변한 환경의 문제로도 본다. 김작가 평론가는 "10년 사이 음원차트 환경은 팬덤 중심으로 고도화된 점도 요인이 됐을 수 있다"며 "한편으로는 임영웅처럼 중장년층도 팬덤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므로, 20집이 나올 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는 "'바운스' 때와 달리 (이번 신곡들이) 젊은 층까지 관심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70대 임에도 가왕이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관심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수많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임진모 평론가는 "베테랑으로서, 지금 현재 음악하는 세대에게 던지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며 "70이 넘은 나이에도 다양한 음악, 내가 하고픈 음악을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벼운 조언을 건네는 느낌이 보인다. 음악 시장의 승리를 차치하고서도 음악의 승리만은 확실한 것 같다"고 짚었다.
 
지난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가수 조용필.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9년 만에 낸 신곡, 팬데믹 이후 4년 여 만의 공연이 이렇게 첫 발을 뗐다. 3~4일에도 이번 신곡을 포함, '꿈',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못찾겠다 꾀꼬리', '여행을 떠나요'까지 총 23곡을 세련된 감각으로 쏘아올린다.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다.
 
앞서 조용필 소속사 측은 신곡과 공연에 대한 본보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음악가로서 음악으로만 말하고 싶은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이번 콘서트 연주에 참여 중인 위대한탄생의 이태윤 베이시스트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용필을 "굉장한 완벽주의자"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연주자들은 14일 가량 훈련을 했다. 오후 2시에 모여 밤 8~9시까지. 조용필은 매 연습 때마다 "여기가 체조경기장인 것처럼 쉬지 말고 한 번에 가보자"거나 "최대한 원곡에 충실해달라"고 부탁했다. "'꿈에'가 메아리처럼 들려오다, 본격 전주가 시작되며 현장감 있게 '팍' 터지게 하자"는 공연의 인트로 같은 아이디어들도 직접 냈다.
 
이태윤 베이시스트는 "기타리스트 출신이기에, 미세 박자나 음정까지도 당연히 체크하는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한다"며 "베이시스트로서는 늘 묵직하게 조용필의 강력한 보컬을 뒷받침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넉살 좋은 웃음이 들렸다. "삶 속에서 존경하는 부분은 대단한 정신력과 의지력이요. 벌써 (용필형, 위탄 멤버들과는) 30~40년이 지나고 있어요. 음으로 척하면 척 받는 지음(知音)이죠. 우리는 늘 끈끈해요.(웃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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