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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환율 급등' 대비 아닌 대응 나설 때
2022-09-29 06:00:00 2022-09-29 06:00:00
최근 우리 경제의 화두는 단연 환율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이 주요 관심사였지만 이들 문제가 점차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몇 달간 폭등하고 있는 환율이 이를 대체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 환율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으며 우리 경기 침체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6월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한 환율은 7월, 8월을 거쳐 이달까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추세다. 특히 이달은 '최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이 붕괴됐고 조만간 1500원 선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 급등이 멈추지 않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유로화 가치 급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른 아시아권 통화 약세 요인까지 맞물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하물며 세계 화폐 관점에서 '로컬 화폐'에 가까운 원화의 평가 절하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당국 역시 이 이유를 들며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이야기는 우리 통화 시장의 흐름이 주요국과 비슷하다거나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정도나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재정·통화 당국의 최근 환율에 대한 주장은 이 같은 레퍼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여기까지는 국민들의 과도한 환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시각이다.
 
최근 이창용 총재는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받아오면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데 체결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없이 위기를 해결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역시 "국내에서 과도하게 통화스와프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고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당국 주장은 일부 일리가 있다. 인체를 빗대면 즉효약에 의존하지 않고 식습관, 생활양식, 운동 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이치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고물가, 고금리 등 문제로 이미 바닥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환율 문제가 회복될 수만 있다면 모든 방법을 시도해야 할 시기다. 우리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싶다고 해서 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지만 스스로 체결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줄 이유는 더욱 없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며 하루 사이 환율이 177원까지 떨어진 전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스와프 체결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미 차분히 대비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 지금, 당국은 일반적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며 보다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김충범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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