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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증여 3개월째 '내리막'…버티기 들어간 다주택자
지난달 증여용 등기이전 2768건…전년비 31.4%↓
서초·용산·강남지역도 급감…부동산 이월 과세 '관건'
2022-08-11 07:00:00 2022-08-11 07:00:00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조치를 시행하면서 아파트 등 집합건물에 대한 증여 움직임이 둔화됐다.
 
그동안 주택 가격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고 다주택자들이 대거 증여에 나섰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세제 개편으로 주택수 보유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면서 증여 유인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증여에 의한 집합건물(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오피스텔·상가) 소유권 이전신청 건수는 전날 기준 27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4035건) 대비 31.40% 감소한 수준이다.
 
증여 건수는 연초 3477건에서 지난 4월 5989건으로 가파르게 늘었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인 5월에는 5083건, 6월은 3249건으로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1년간 면제하고 3년 이상 보유한 물건에 대해 양도차익의 최대 3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달 주택 수로 중과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을 ‘가액’으로 개편하고, 구간별 과세표준 세율을 낮춰 보유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도 내놨다. 세제 개편안이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거나 다주택 보유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증여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 것이다.
 
시도별로 보면 울산광역시가 지난해 7월 105건에서 올해 7월 44건으로 반토막 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증여 신청건수도 둔화됐다. 특히 작년 7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증여건수가 1000건을 돌파했던 경기도의 경우 올해 7월에는 644건으로 35.98% 감소했으며 인천은 301건에서 186건으로 38.2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804건에서 36.32% 떨어진 512건을 기록했다.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집값 하방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매물도 회수된 결과다.
 
통상 집값이 오르면 증여세도 오르지만, 다주택자 입장에서 보면 양도세 부담이 더 크다는 점에서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세금 부담도 완화하면서 증여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표=뉴스토마토)
 
실제 한국부동산원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지난 5월 말 이후 1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6만2573건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달 21일(6만4046건)에 견줘 2.3%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작구의 증여 신청건수는 지난달 16건으로 1년 전보다 80.72% 쪼그라들었고 고가 아파트가 많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재개발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존재하는 서초(-57.9%)·용산(-57.5%)·강남(-47.8%) 지역도 증여 신청건수가 급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유예 등의 조치로 다주택자의 유인 동력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특수관계자간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부터 양도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하반기 증여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제개편안으로) 이미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게 됐다”면서 “수도권의 교통망 확충지, 신축주택 부족지, 자족 등 업무지구 인접 주택은 이번 종부세 경감으로 매각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당초 매각 보단 증여를 택했던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 서대문구 H공인중개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산일인 6월1일 이전에 증여를 마치고, 그 이후엔 증여가 줄어들지만 양도세 이월 과세 기간을 생각하면 연말까지 다시 증여가 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매를 통한 증여보다 거래 당사자끼리 직거래하는 편법성 증여를 더 살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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