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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약없는 환율, 1300원선 '목전'…"금리·성장 간 콤비네이션 고려해야"
22일 1297.3원 마감…종가 기준 12년 11월 만에 최고점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원화 약세 지속될 듯
업계 "환율 잡을 묘약 마땅치 않다…기다려야"
한은 "전 세계적 흐름 확인하고 교정 여부 결정해야"
2022-06-22 17:12:06 2022-06-22 17:28:03
[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환율이 1300원 목전까지 치솟는 등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물가 리스크와 가계부채 뇌관 등이 산적한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까지 가속화될 경우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드라이브로 곧 1300원 선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서 환율 급등을 방어할 수 있는 묘약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통화당국 수장도 전세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금리와 환율, 성장과의 관계 등 콤비네이션에 대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3.6원)보다 3.7원 상승한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일 기록한 연중 고가(1292.4원)를 이틀 만에 경신했다. 이는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특히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97.9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0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295.3원)을 이틀 만에 다시 경신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7월 14일(1303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DXY)의 상승세, 국내 증시 낙폭이 맞물리며 연고점을 나타냈다. DXY는 미 현지시간으로 22일 오전 12시24분 기준 전일 대비 0.16% 상승한 104.6에 거래됐다.
 
이 같은 원화 약세는 미 연준이 내달에도 기준금리를 단 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의사를 밝힌 여파에 기인한다. 이에 따른 우리나라 금리와 미국 간의 금리 역전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긴축 통화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대외 리스크가 맞물리며 강 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만큼 우리는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금리가 역전되면 달러가 유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금리를 더 많이 올리면 되는데 못한다"며 "1300원 환율 방어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낮춰야 물가를 잡는데, 세수 문제 때문에 부가세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또 환율을 낮추려면 엄청나게 달러를 많이 풀어야 하지만 풀 달러가 없다.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금융팀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진정되는데도 우리나라 환율만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세계 경기 자체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부분이 감소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통화 정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좀 더 불안해질 여지가 있다"며 "어제 한은 총재가 물가 안정이 더 우선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우리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다만 국내 경기 쪽은 좀 어려워지고 증시도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율의 경우 다른 국가의 화폐와 같이 움직이는지를 보려 한다. 만약 우리 만의 원인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면 교정·개입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환율은 미국의 의사 결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금리와 환율, 성장과의 관계 등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율 상승세로 결제대금 환전 시점을 미루는 수출입 기업들이 늘면서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월 대비 21억8000만 달러 증가한 89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미 달러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김현주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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