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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브랜드 사용료 보니…실적따라 '희비교차’
SK에코플랜트·GS건설·DL이앤씨 순으로 지급액 많아
삼성물산·중흥건설, 수취액 늘고…금호·현대건설 줄어
상표권, 가외수입으로 작용…총수 사익편취 우려도 내재
2022-06-08 08:00:00 2022-06-08 08:00:00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사가 지주사에 지급하는 상표권(브랜드) 수수료가 1년 전보다 1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브랜드 상표권은 매출에 연동해 산정되는 까닭에 건설사별로는 실적에 따라 수익 증감이 갈렸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대 건설사의 계열회사 간 상표권 사용 지급액은 538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59억원)대비 17.3% 증가한 규모다. 자체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들이 지주사에 막대한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며 브랜드 이름값도 오른 것이다.
 
상표권은 특정 기업집단을 식별하기 위해 문자나 기호·도형으로 이뤄진 브랜드(상표법상 상표)로, 브랜드 보유회사는 상표권 사용권을 계열회사에 부여, 거래한다. 통상 브랜드 보유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지주사가 보유하고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오너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상표권 수수료가 연결 연 매출액에 0.1%~0.5%를 가산해 책정되는데 경영컨설팅 수수료나 부동산 임대료 등과 함께 배당 외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건설사 가운데 지주사 또는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많이 내는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GS건설(006360)·DL이앤씨(375500) 순으로, 총수 일가가 있는 건설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표=뉴스토마토)
SK에코플랜트는 SK에 ‘에스케이(행복날개 도형)’ 등 사용권으로 159억18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315억5058만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GS건설의 경우 작년 한해 동안 GS에 ‘지에스’ 상표권 사용료 152억3000만원을 지불했다. GS건설 연간지급액은 전년(176억1200만원)에 비해 13.5% 줄어든 규모다. 상표권 산정 기준이 되는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브랜드 사용료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상표권 사용료를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후 0.2%를 곱해 지급하고 있는데 작년 GS건설의 매출액(별도기준)은 7조7959억원으로 12.3% 감소했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256억4000만원으로 22.12% 늘어났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자이에너지운영 등으로부터 자이(Xi)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로 7억3300만원 수취했다.
 
DL이앤씨(375500)의 경우 모회사인 디엘에 ‘DL 제40-1789948호 외 43개’에 대한 사용료로 105억8300만원을 지급했으며 DL건설은 디엘에 32억원을 지불했다. 디엘은 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아들 지분 100% 보유 회사(APD)에 넘겨주는 등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이해욱 회장이 기소된 상황 속에서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35%인 163억원을 로열티 수입으로 가져갔다.
 
올해 1분기 DL의 로열티 수입은 51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코오롱글로벌(003070)은 코오롱에 작년보다 13.6% 늘어난 91억2700만원을 지불했으며 한화건설은 한화(000880)에 78억5000만원을 브랜드 사용료로 냈다.
 
한편 계열사 실적에 따라 이름값 사용료를 받던 건설사의 수익이 갈리기도 했다.
 
수익 규모가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곳은 금호건설(002990)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직격탄을 맞은 까닭이다.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관광, 금호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윙마크 등에 대한 상표권을 받고 있는데 해당 수취액은 90억3900만원에서 37억1400만원으로 58.9% 급감했다. 상표권이 연결 연 매출액에 0.2%를 곱한 금액으로 산정되는데 코로나19로 수익이 감소한데다 원활한 M&A 진행을 위한 상표사용 조건을 완화한 결과다.
 
반면 중흥건설의 경우 중흥주택, 중흥건설산업, 중흥에스클래스 등으로부터 수취한 상표권 수수료가 2700만원에서 10억5600만원으로 급증했다. 만약 대우건설이 중흥브랜드나 BI, CI 등을 사용하게 될 경우 중흥그룹의 브랜드 수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룹 내 수취회사 수익을 보면 올해 중흥그룹이 인수한 대우건설은 대우에스티로부터 수취한 상표권 수수료로 500만원을 수취한 바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웰스토리·에스원 등으로부터 70억7600만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수취했다. 상표권 수익은 전년대비 7% 늘어난 규모다. 
 
현재 삼성은 '삼성' 40-0019476외 4개를 포함한 총 286개의 상표를 포괄해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수수료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보험, 삼성엔지니어링 등 상표공동소유권 회사간 분배 기준율에 따라 수익을 수취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그룹 브랜드의 법적·경제적 소유권자로, 현대엔지니어링·현대로템·현대차증권 등 그룹 브랜드를 사용하는 계열사로부터 39억9700만원을 수취했다. 상표권은 수익은 소유권자 매출액 비중 기준으로 수취하며 수취액은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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