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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의 시선)문제는 '선대위'…쇄신론 직면한 민주, 신3김 체제의 국힘
이재명, 선대위 쇄신 요구에 "위기 근원은 후보" 반발 감지
윤석열, 김종인 회유 성공…김종인·김병준·김한길 신3김 체제
2021-11-21 16:09:40 2021-11-21 18:23:22
민주당이 들끓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짙어지면서 선대위 쇄신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재명 후보도 이에 적극 동의하면서 민주당은 좋은 싫든 선대위 쇄신을 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4시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한 상태다. 당내에서는 "후보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이 후보 뜻에 동의하는 의견들이 다수인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 후보의 문제인식에 반박하는 기류도 포착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꼬는 당내 개혁성향 초선 모임이 텄다. 이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대위가 비대화되면서 현장성과 역동성이 떨어졌고 대응력 또한 뒷북에 불과하다며 선대위 쇄신을 요구했다. 메머드와 용광로에만 집착해 의원, 특히 선수별로 선대위를 꾸린 결과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다음 주자로는 여권의 숨은 실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나섰다. 양 전 원장은 17일 민주당의 한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이렇게 유유자적한 분위기는 처음 본다", "후보만 죽어라 뛴다",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 등 선대위를 향해 수위를 가리지 않은 작심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20일 형수 욕설과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자신의 대응을 반성하는 한편 민주당을 가리켜 "고인물, 심지어 게으른 기득권"으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이재명다움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새시대를 준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이재명이 민주당화되었다는 지적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저의 이 절박한 마음처럼 우리 민주당도 확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충남 논산의 화지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제가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점점 갇힌 것 같다"며 "책임만 남기고 다 던지겠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와 양 전 원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관계자는 21일 "두 사람이 의견이 잘 맞는다. 꾸준하게 소통도 이어오고 있다"며 "이번 그림도 두 사람이 논의해서 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선대위에 대한 불만을 꾸준하게 제기했던 이 후보로서는 쇄신의 공론화를 위해 명분이 필요했고, 이를 양 전 원장이 총대를 메고 해결해 줬다는 해석이다. 
 
20일 김두관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과 후보 직속의 균형발전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이광재 의원도 이틀날 공동선대위원장 사의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선대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이대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걱정의 연장선상이었다. 이들도 공동선대위원장 사의 표명 이전에 이 후보와 통화하며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후보의 발언 수위다. 화합과 포용 측면에서 이낙연, 정세균 등 경선에서 경쟁했던 주자들을 일일이 찾아 선대위 합류를 정중하게 요청했고, 이들의 대표공약 실현을 위해 각 위원회도 띄우는 등 선대위가 꼴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선대위를 흔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노출됐다. 특히 현재 대선 패배 위기감의 원인이 과연 당인지, 후보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3선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의 위기감은 후보에게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당을 질책하는 방향으로 가선 답이 없다"고 했고, 재선의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당을 후보에만 맞추는 조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라고 말을 흐렸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면 다들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라고 한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며 "위기의 원인은 후보 자신"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이 후보는 국정감사 수감을 비롯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및 철회, 대장동 특검 수용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당과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아 불만을 샀다. 재난지원금을 놓고는 정부와도 설전을 벌여 청와대와의 관계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 후보가 던진 선대위 쇄신론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진통 끝에 선대위 인선의 절충점을 찾았다. 지난 20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후보가 희망하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합류에 더 이상 제동을 걸지 않기로 하면서다. 선대위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원톱 체제로 운영되며 바로 밑 상임선대위원장에 당연직의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이 포진하게 된다. 김한길 전 대표는 선대위와는 별도로 꾸려지는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아 중도 확장 및 호남권 공략에 힘을 쓴다.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마치 결재를 구하는 형식으로 조율이 이뤄지면서 윤 후보 측근들을 비롯해 기존 경선캠프에 몸 담았던 인사들의 불만도 컸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김종인 없이도 선거 치를 수 있다"며 압도적인 당원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경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윤 후보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내 직책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권 등도 대가로 거론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윤 후보는 대선 필승 카드로 일찌감치 김종인 체제를 염두에 둔 만큼 김 전 위원장의 뜻을 최대한 예우했다고 주변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윤석열과 김종인, 두 사람의 갈등 속에 노련하게 잇속을 챙긴 사람은 이준석 대표라는 얘기도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대변인 노릇까지 자처하며 그의 의중을 각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왔다. 윤 후보가 기존 경선캠프 인사들을 중용할 경우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공간이 축소됨을 의식한 행보로 당 인사들은 해석했다. 이 대표는 일개 조연이 아닌 공동주연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치 일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구원에만 얽매여 있는 김 전 위원장을 지렛대로 이이제이 전략을 펼치며 자신의 실리를 극대화한 것으로 읽힌다. 또 홍준표 의원의 낙마로 갈 곳 잃은 2030 표심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남은 관건은 윤 후보와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홍준표·유승민, 두 사람의 선대위 합류 여부다. 홍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선대위 합류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히며 "선대위 참여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횡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의원 측은 "정치를 해야할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사람한테 선대위 합류가 가당키나 한 얘기냐"며 "외부와 연락을 끊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갈등과 담판에 주목한 사이, 국민의힘 선대위가 희망했던 원팀 기조는 이미 깨졌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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