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등 부적격 혈액 수혈, 5년간 3만 육박…수혈자 통보는 '제로'
혈액원 출고 부적격 혈액 중 88.5% 수혈
감사원 "통보 대상 및 범위, 하위 법령에 마련해야"
입력 : 2021-10-26 15:27:09 수정 : 2021-10-26 15:27:0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A·B·C형간염 등 부적격 혈액이 지난 2016년부터 5년동안 무려 3만건 가까이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수혈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대한적십자사 감사 전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혈액원에서 출고된 부적격 혈액제제는 총 3만2585유닛(Unit·1회 헌혈용 포장 단위)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수혈용으로 공급된 총 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38% 수준이다.
 
혈액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허가를 받아 혈액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대한적십자사, 한마음혈액원 등이 이에 속한다.
 
부적격 혈액제제 중 회수·폐기된 분량은 11.5%인 3763유닛에 그쳤고, 88.5%인 2만8822유닛은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혈액원이 해당 사실을 수혈자에게 통보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용된 부적격 혈액제제 중에서는 말라리아 지역 거주 등으로 인해 헌혈을 유보해야 할 기간에 헌혈을 한 '기타 요인'이 2만7050유닛으로 83.1%에 달했다. 또 △혈액매개 감염병 4.9% △헌혈금지약물 요인 0.5% 등 순으로 파악됐다.
 
혈액매개 감염병(1595 유닛) 사례를 세부적으로 분류할 경우 △HIV(285유닛) △B형간염(81유닛) △C형간염(45유닛) △A형간염(597 유닛) 등으로 나타났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다.
 
또 에트레티네이트 등 태아 기형 유발 부작용이 있는 헌혈 금지 약물과 관련된 부적격혈액제제가 177유닛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난 2016년 수혈받은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혈액관리법' 등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등 혈액원은 부적격 혈액 수혈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사실을 수혈받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는 등 처벌 대상이 된다.
 
혈액원은 부적격 혈액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채혈, 입고, 검사(제조), 출고의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헌혈 업무 담당자의 과실 등으로 채혈금지 대상자가 선별되지 못한 경우, 문진 과정에서 헌혈자가 헌혈 금지 약무 복용 여부 등을 밝히지 않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에 약물 처방·조제 정보가 누락되는 경우 등 부적격 혈액이 채혈돼 사용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복지부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혈액원이 사실을 수혈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문구 관련 해석이 분분해 통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앞으로 혈액원에 혈액관리업무와 관련한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의무의 이행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아 장기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혈액원이 사실 통보 의무를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통보 대상과 범위 등 기준을 하위 법령에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대한적십자사 감사 전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혈액원에서 출고된 부적격 혈액제제는 총 3만2585유닛(Unit·1회 헌혈용 포장 단위)으로, 이중 88.5%인 2만8822유닛은 수혈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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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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