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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 놓고 갑론을박…난처한 쿠팡
한미 FTA 위반 소지·형평성 문제 제기…대관 인력 강화 통할지 '관심'
2021-04-25 09:00:00 2021-04-25 09:00:00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동일인)를 김범석 이사회 의장으로 지정할지 고심하는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의견이 갈리는 한편, 이참에 총수 지정제도 제도를 다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30일 쿠팡을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할 예정이다. 쿠팡의 지난해 자산은 50억6733만달러(약5조7000억원)이다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으나, 일부 유통업체와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법인이 총수가 된다면 쿠팡을 포함해 국내 계열사들 거래만 공시하면 되지만,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가 공시 의무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명확한 총수의 정의가 규정돼 있지 않지만, 외국인인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실효성 등을 이유로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관례가 있었다. 
 
현재 공정위는 총수를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조문을 근거로 동일인을 지정하고 있다. 쿠팡의 최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지만, 지분율 4위인 김 의장은 주당 29배 의결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 의결권  76.76%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수 지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국인 특혜라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위반으로 외교 문제가 발생하거나, 국내에서 이미 사업을 하는 회사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의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국적을 이유로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을 근거로 FTA 위반 등 이슈가 생기면 제도 개편 등을 통해 그 자체를 처리하는 방식이 맞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동일인으로 지정돼 규제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 자체로 실질적 불이익 처분이 당장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되면 첫 외국인 총수 사례가 돼 향후 비슷한 케이스에서 총수 지정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제도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발판으로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로 삼고 있는 쿠팡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강한승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정치권 인사들을 끌어모으면서 대관 역량을 강화했던 만큼 해당 이번 이슈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자사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기사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노동 관련 이슈가 핵심 경영리스크로 떠올랐다.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과 함께 짝퉁 논란도 수년간 이어졌다. 현재 총수 지정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로켓정산법' 등 이커머스의 잇따르는 규제도 쿠팡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의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불거진 이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은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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