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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2년, 명과 암④)5G 언제 터질까…지지부진 5G 기지국 증설
2021-04-05 06:00:00 2021-04-05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개통부터 덜컥해놓고, 이제 와서 '5G 품질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게 웬 말인가. 집을 다 짓지도 않았는데 따박따박 월세 내고 들어와서 살라는 꼴 아닌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인 SKT타워 앞에서 열린 '5G 피해자모임' 집회 참가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제대로 터지지 않는 5G 문제의 핵심은 부족한 기지국이라는 지적이다. 
 
5G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서울시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동현 기자
 
5G 서비스가 상용화 2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기지국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이통 3사(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가 코로나 등을 이유로 설비투자(CAPEX) 투자를 일제히 줄여 5G 서비스 불편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이동통신 무선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무선국은 148만427개다. 이 중 5G 기지국은 14만1939개로 전체의 9.59%에 불과하다. 반면 LTE 무선국은 96만1258개로 65.61%였다. 
 
업계는 이보다 많은 수의 기지국을 구축했다고 주장한다. 업계 추산 이통 3사의 5G 3.5㎓ 기지국 수는 지난 2020년 11월 말 기준 총 16만6250국으로 △SK텔레콤 4만9637국 △KT 5만1662국 △LG유플러스 6만4951국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1월 말의 9만7000국 대비 약 71% 증가한 수치다. 
 
통신사 관계자 "5G 기지국에는 훨씬 많은 장비가 필요해 인력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며 "단순히 기지국 수만으로 LTE 때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나 여전히 전 국민이 5G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만큼의 기지국이 세워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짧은 5G 서비스 연결시간이 이를 보여준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5G 연결 가능 시간은 25% 안팎이다. 5G 속도는 세계 1위지만, 연결 가능 시간은 2위로, 1위인 쿠웨이트(29.8%)보다 5.1%p 떨어진다. 
 
특히 실내 기지국 수 부족 문제가 최근 연이어 지적됐다. 5G는 전파 특성상 LTE보다 도달 거리가 짧고 벽 투과율이 낮아 건물 안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많은 실내 기지국이 필요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순을 기준으로 전체 기지국 대비 실내 기지국 수는 2.9%에 불과했다. 전체 실내 기지국 3563개 중 1629개는 서울, 870개는 경기도, 379개는 인천에 위치해 실내기지국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했다. 
 
통신 3사 네트워크 담당자들이 광주광역시 금남로 5가역에서 5G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통3사의 2020년 CAPEX 투자는 7조4578억원으로 2019년보다 약 18% 감소했다. 회사별로 SK텔레콤은 2조2053억원으로 24.3%, KT는 2조8720억원으로 11.8%, LG유플러스는 2조3805억원으로 8.7% 줄었다. SK텔레콤의 경우 유선 장비에 투자하는 SK브로드밴드의 CAPEX까지 합해도 약 3조230억원으로 2019년보다 23% 줄었다.   
 
문제는 이통3사의 올해 CAPEX 또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SK텔레콤과 KT 모두 2020년 실적 발표에서 CAPEX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거나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정도로만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가이던스에서 약 12%(3000억원) 줄어든 2조2000억원을 목표치로 밝혔다. 
 
정부는 5G 품질평가와 세액 공제 등으로 설비투자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24조5000억~27조원 가량을 투자할 것이며, 이통3사도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한다. 이통사 투자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치자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5G 기지국 구축 등 투자 옵션을 붙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딘 5G 기지국 구축 문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학용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5G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5G를 LTE처럼 사용하려면 3~4배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며 "3G나 LTE는 개시 후 3년이 지나면 전국 95% 이상 커버됐는데, 5G는 10년이 지나도 그렇게 안 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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