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형법 조항 합헌"
"표현 자유 침해하지 않아"…위헌 여부 최초 판단
입력 : 2021-02-25 16:15:34 수정 : 2021-02-25 16:17:2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해당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5일 이모씨 등이 청 "형법 307조 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307조(명예훼손) 1항의 위헌 여부였다.
 
그동안 이 조항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익제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면 사실적시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한 폭로전을 부추겨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있어 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은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런 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져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 심판대상조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않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에 심판대상조항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등 4명은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유 소장 등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돼야 할 국가·공직자가 표현 행위에 대한 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판 대상 조항은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공적 인물·사안에 대한 감시·비판을 봉쇄할 목적으로 고발을 통해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마저 가능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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