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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속도내나)노무현 정부서 첫 제안…21대 국회 현주소는
2007년 정부안 발의 이후 8번째 발의만…민주당 호응 여부 관건, 인권위 "150명 동참해야"
2021-01-25 06:00:00 2021-01-25 06: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가·인종·성별·가족형태·장애 등의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마련됐던 '차별금지법'이 14년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까지 계류 중에 있다. 하지만 각 이익집단의 거센 반발로 21대 국회에서의 통과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안으로 첫 발의됐다. 당시 차별금지법에는 금지되는 차별의 사유와 영역, 유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으며 차별에 대한 구제 조치 및 입증책임을 배분했다. 
 
2008년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발의로 공론화가 시작된 차별금지법은 2013년까지 총 7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20대 국회 당시에는 개별 영역에서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차별금지법을 포괄적 다루는 논의는 없었다.
 
결국 21대 국회 들어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기반으로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개별적 생활 영역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은 존재하지만 포괄적인 차원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헌법상 평등원칙을 구체화하는 차원에서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은 지난해 6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바 있지만 제안설명을 끝으로 어떠한 진척도 나타내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기 위해서는 법안 소위, 상임위 축조 심사, 찬반 토론, 표결, 체계·자구 심사 등의 절차를 넘겨야 한다.
 
문제는 여당의 의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7월 차별금지법 입법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신속한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의당은 "인권위가 지지하는 차별금지법안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정의당의 안"이라며 "이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동의의 뜻을 밝힌 것을 환영하는 바"라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의당이 차별금지법 발의를 위해 두발로 뛰며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만나며 동의를 구했을 때 이 의원이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에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관건이다.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소 150명 이상의 의원들이 발의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 과정에서 차별금지대상을 법률 조항에 어느 정도까지 열거할 지, 평등을 지향하는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하고 왜곡 소지를 없애기 위해 법률의 이름을 '평등기본법'으로 할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 입법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했을 당시 어떠한 내용의 구체적 시정조치(차별행위의 중지, 원상회복, 손해배상 등)를 어느 정도 범위까지 인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 내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이주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지난해 8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옛 국민의힘 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 앞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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