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한 달 앞둔 20일 한·미 외교당국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미 정권교체기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반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에서는 처음으로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는 북미 간 모라토리엄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시기 북의 고강도 도발 여부는 김 위원장이 지향하는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2021년 위기와 기회' 보고서에서 북핵 문제를 내년 국제사회 주요 위기 요인으로 꼽고, 미 행정부 취임 초기 때마다 관측된 북의 도발이 긴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이달 초 한 대담에서 "그런 역사가 있다"며 1월 전후 북의 도발 가능성을 높게 예측한 바 있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 1기 초반이던 2009년 4월 사거리 3200여 킬로미터 수준의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 후 2차 핵실험을, 오바마 정부 2기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2월에도 어김없이 비행거리 500여 킬로미터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하는 등 '미 행정부 초반 고강도 도발' 전례를 만들어 왔다.
북한은 지난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을 선보였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도발로 비춰지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 시험 발사에 나설 경우 조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가 얼어붙을 우려가 크다. 사진/뉴시스(노동신문 10월11일 보도 갈무리)
변수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간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이뤄온 정상 간 합의들이다. 4·27 남북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싱가포르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를 거치며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으로 기능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은 이듬해 2월 북미 간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변수에 주목,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 위원장이 이번 시기 만큼은 고강도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새 행정부가 빨리 협상장에 나오도록 압박하는 차원에서 고강도 도발을 한다면 먼저 싱가포르 선언을 파괴하는 셈이고 정상국가 지향도 포기하는 것"이라며 "미 측에서 먼저 새로운 대북제재를 들고 나온다든지 북미공동성명을 파기하는 언행을 해 맞대응하는 차원이 아닌 한 선제적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지금 코로나19 등 삼중고로 굉장히 어렵고 지금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거절하고 있지만 길게 볼 때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바이든 새 행정부와 대화로 방향을 잡고 가려 한다면 전략적 무력시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의 모라토리엄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난 모습. 사진/뉴시스(노동신문 2019년 7월1일 보도 갈무리)
특히 미 행정부 초반 고강도 도발 공식을 북한 내부 상황에 비춰 보면 또 다른 변수도 보인다는 게 양 교수의 분석이다. 오바마 1기이던 2009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계체계 구축이 필요했고, 오바마 2기인 2012년에도 김정은 체제의 완전한 권력장악을 위해 도발이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눈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적으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던 2016~2017년에는 김 위원장이 핵능력 완성을 목표로 세웠던 터라 소위 ICBM 발사 '몰아치기'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의견이다. 양 교수는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이 당·정·군을 장악했고, 정상국가를 지향하며,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한 상황에서 선제적 도발로 인한 이익은 존재감 과시 외에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미지를 향상하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하는데 괜한 도발로 대북제재가 강해지면 우방국가인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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