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10일 북한을 향해 "새로운 팀이 들어설 것이고 그들에게 모든 경험과 힘들게 얻은 지혜를 공유할 것"이라며 외교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전쟁과 분쟁의 시간은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왔다"며 "남북미가 함께 비핵화에 성공하면 모든 한민족이 한반도 평화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특별강연에서 이 같은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건 부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특별대표로서 북측과 실무협상을 진행해온 소회에 대해 "지난 2년간 북측 카운터파트는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며 "대화와 관여를 찾는 대신 협상의 장애물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북측 카운터파트들과 가족들 이야기를 할 때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며 "진정성과 인간적 면모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서는 "지도자들이 최종 합의를 타결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그전에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할 수 없었다"며 "북측 협상팀에 좀 더 권한이 있었으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국 대표들이 권한을 위임받아 함께 로드맵을 만들고 지도자들이 이를 확정짓는 것"이라며 "북측 카운터파트들이 이것을 배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물론 우리가 합의한 것을 진전시키지 못했지만 잠재력은 여전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은 여전히 가능하고 끝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최선이자 유일한 코스"라며 북측을 향해 "진지한 외교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상황은 70년 간 바뀌었고 동맹 역시 진화해 왔고 진화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양국 정부 간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권 전환 관련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복잡한 역사적 사안을 알고 있고 긴장관계의 원인이라는 것도 안다"면서도 "한일 간 긴장은 북핵협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이 주변국과 더 큰 평화와 번영을 공유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는 한미동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행정부의 대북협상에 대해 "양측 모두 지속적으로 노력해 신뢰를 구축하고 새로운 경계를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은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이날 강연에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갖고 인도주의 협력을 포함한 남북협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과도 비공개 회동, 한반도 정세와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이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닭한마리' 만찬을 갖고 대화를 이어간다. 3박4일간의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11일 저녁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남동 공관에서 대접할 예정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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