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국제결제은행(BIS)이 국내 금융사의 배당 축소를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배당 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이던 와중에 당국에 힘을 실은 셈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BIS는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배당금 등 금융사들의 지출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실장은 지난 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코로나19와 은행 시스템' 연설에서 "우리는 은행의 지급 능력과 대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금 분배를 중단하거나 억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앞으로도 팬데믹의 방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당분간 감독당국은 은행의 지속가능성과 재무 탄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IS는 코로나 팬데믹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신흥시장보다 선진국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는 신흥국·선진국 가릴 것 없이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기업의 부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제의 위험은 부실대출을 유발하고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BIS에 따르면 올해초 전세계 기업들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숙박·음식 서비스 부문은 지난 3월 매출이 40% 이상 감소했다. 유동자산은 연간 고정비용과 이자지출 대비 약 10 %만 남았다. BIS는 이 같은 기업의 유동성 경색이 파산을 유발하고 다시 이는 신용 불이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BIS는 이러한 실물경제 위험이 아직 금융사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기업의 부실·파산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리스크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구스틴 BIS 실장은 "감독당국은 극단적인 경우 은행의 지급능력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실물경제로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배당 축소를 권고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코로나 피해 차주의 원금상환유예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금융지원이 끝났을 때 부실이 현재화되는 절벽효과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은 당국의 입장에 일정부분 공감하면서도 주주들의 입장 또한 고려해야 한단는 견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면 실물과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된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마냥 주주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주주들도 있어 통상적인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국과 금융사는 배당 축소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 결과는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융사의 배당제한 제도화를 금융위원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배당이 무조건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면서도 "큰 틀에서는 금감원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 남자가 지난 4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앞을 걷고 있다. 사진/ 뉴시스, AP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