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실손보험 간소화 '시계제로'
정무위 법안소위 심사보류…의료계 "과도한 업무 부담"
입력 : 2020-12-03 16:20:32 수정 : 2020-12-03 16:20:32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방안이 제자리 걸음이다. 최근 관련 법안이 줄줄이 재발의 되면서 기대감이 커졌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를 표하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심사를 보류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달 25일에도 논의가 미뤄진 바 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가입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진료비 계산서 등의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한다는 것이 골자다. 고객편의성과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자와 보험사의 관심이 크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 들어서만 세 번째 발의됐다.
 
실손보험은 소비자의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기 때문에 일반 보험상품보다 보험금 청구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청구의 번거로움'이 실손보험금 미청구의 주된 이유로 꼽힐 만큼 청구 간소화를 바라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청구에 따른 업무 처리 비용이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실손보험 청구의 99%는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사들 입장에선 오히려 보험금 청구가 더 많아져 무조건 이득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 "하지만 단순업무 작업을 줄일 수 있고 진료수가의 투명성으로 보험금 누수도 예방할 수 있어 제도 개선에 대한 니즈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은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최근에도 국회를 찾아 나섰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환자의 민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또 환자의 질병정보가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가입·갱신 시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 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도 청구간소화의 반대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의료계가 진료수가 노출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는 점이 청구간소화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라고 반박 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시민·소비자단체도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반발에 1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진료수가 노출이 의료계 반대의 주된 이유일 것"이라면서 "최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대가 올라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계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진(왼쪽 네번째)·전재수(왼쪽 다섯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오른쪽 세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18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심의와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소비자와함께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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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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