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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기업 인수합병 잇단 성공…부실·특혜 시비 해소는 숙제
2020-12-02 14:59:24 2020-12-02 15:13:14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주도한 기업 매각이나 인수합병이 잇달아 성공하는 모습이다.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통합도 사실상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이 회장의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결국엔 헐값의 졸속매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구조조정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등한시 하면서 오히려 부실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결과적으로 재벌가에게 기간산업을 몰아준 특혜 시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했다. 목표는 세 가지였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숙제를 끝내고,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산은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한 후 산은의 구조조정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전에는 산은이 부실기업 대마불사의 진원지로 꼽혀왔다. 규모가 큰 부실기업들을 대거 인수했는데도 매각은 지지부진하고 세금으로 부실기업을 연명해왔다. 반면 이 회장이 취임한 후부터는 산은 산하에 있는 부실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매각되기 시작했다. 실제 이 회장은 취임 1기때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을 잇달아 매각했다. 
 
하지만 산은의 매각 방식은 여러 논란거리도 만들었다. 우선 부실기업의 부실을 충분히 털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도자-매수자의 동반부실 우려가 있다. 산은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했다. 조선업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꼽혔지만, 당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00%대였다는 점에서 현대중이 해당 부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현재 이들의 동반부실이 현실화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160%대로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매각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인력감축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은 인력 감축"이라며 "산은이 노조의 강한 반대와 일자리 파장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비슷한 방향이다. 산은은 부채가 10조원대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한진칼에 매각, 대한항공과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동반부실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합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적절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신속히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면 속도에 치중하다보니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부실을 덜어내는 게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했다.
 
특혜 시비도 여전하다. 기간산업인 대우조선, 아시아나항공이 결과적으로 재벌가인 현대중공업그룹과 한진그룹으로 넘어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간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제고하겠단 취지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벌가의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한진그룹은 과거부터 땅콩회항 등 오너리스크로 논란이 된 바 있어, 국회 및 시민단체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내놓지 못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이 지배하지 않은 산업은 없다"며 "50년 동안 개발금융으로 물려 받은 건 모두 재벌이 지배하고 있다. (재벌가에) 매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산은이 기간산업을 헐값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대중공업에 매각대금은 약 2조원에 불과해서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자본 '더블스타'에 매각할 때에도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향후 산은이 이러한 비판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항공사 통합을 추진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산은은 올해 안에 통합 관련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으로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를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산은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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