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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오너들, 주식 팔아 차익실현 급급
코로나 테마로 급등땐 매도…뒤통수 맞은 개인투자자들
2020-11-16 06:00:00 2020-11-16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테마로 주가가 급등한 후 최대주주나 임원 등 경영진이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가가 올랐을 때 차익을 챙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삼을 순 없지만, 최대주주나 임원의 주식 매각이나 자사주 매각은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대주주나 임원들이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예방률이 90%를 넘었다고 발표했는데, 발표로 주가가 15% 가량 오른 당일 앨버트 부를라 화이자 CEO가 보유 주식을 매각해 62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풍제약이 지난 7~9월 코로나 치료제 기대감으로 주가가 7배 급등했다. 신풍제약은 지난 9월21일 장마감 후 자사주 128만9550주를 해외 투자자에게 직접 팔았다. 매각 금액은 2153억5485만원으로, 지난해 순이익(18억원)의 120배 규모다. 회사는 연구개발 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21만원대던 주가는 7거래일 만에 12만원대로 급락했다. 
 
지난 7월엔 부광약품과 신일제약에서 최대주주와 임원진 등이 각각 1000억원, 100억원 이상 지분을 매각했다. 부광약품의 경우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기대감으로 5월초 2만4000원대에서 4만6550원까지 뛰었다. 최대주주이자 비등기임원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난 7월22일 257만6000여주(1009억원)를 시간외 처분했고, 이후 회사의 주가는 8% 가량 급락했다. 
 
신일제약 역시 코로나 치료제 테마로 지난 7월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다가 경영진 가족의 지분 처분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이들이 주식 매각으로 얻은 시세차익은 126억원에 달한다. 주가는 23일 5만8100원을 찍고 이틀 새 3만85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밖에 일양약품, 유나이티드제약 등도 최대주주 또는 임원들의 지분 처분이 공시된 이후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물론 주가가 고점에 올랐을 때 차익을 챙기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회사 내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최대주주나 임원들의 주식 매각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전달, 주가 하락을 초래한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기업은 수급적인 영향에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최대주주의 매각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신약 개발 기대감 등 미래 가치에 대한 신뢰로 주가를 형성하는 바이오 시장에선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주가가 투자자들에게 안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하퍼스빌에서 임상실험 참여자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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