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금소법 피했다…기관 내부규정으로 통제
불완전판매 과태료 등 규제 안받아…'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어긴셈
2020-11-02 06:00:00 2020-11-02 0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새마을금고,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소법 적용 대상에서 상호금융을 제외하고 각 기관의 내부규정으로 감독하자는 의견을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소관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부처들이 감독기능을 금융위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반대에 나선 탓이다. 소비자보호에 '동일기능 동일규제'을 적용하겠다던 금융위의 다짐도 무색해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새마을금고·농협·수협·우체국·산림조합)의 소관 부처(행안부·농림부·해양수산부·우정사업본부·산림청) 관계자들과 만나 금소법 시행령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상호금융기관을 금소법 대상에 넣을 수 있도록 금융위가 각 부처의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상호금융을 금소법 대상에서 빼는 대신 각 상호금융의 내부규정에 금소법과 유사한 내용을 첨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부처 한 관계자는 "금소법을 토대로 기관들이 내부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각 소관 부처는 그 내부 규정을 토대로 기관을 감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금융위는 상호금융의 영업행위를 감독할 권한이 없다. 각 감독권은 소관 부처가 갖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신용사업에 국한해서만 해당 부처와 협의를 통해 감독할 수 있다. 각 부처에서 이 점을 강조하다보니 금융상품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금소법에도 해당 상호금융기관들이 빠진 것이다. 실제 금소법 제2조 금융상품 목록을 보면 은행·저축은행·보험업만 열거됐을 뿐 상호금융은 기재되지 않았다. '그외 상품은 시행령으로 정한다'고만 나와있다.
 
문제는 상호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을 법률이 아닌 기관 내부규정으로 두다보니 강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금소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상품 영업행위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사는 최대 1억원의 징벌적 과징금·과태료(행정제재)와 5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형사처벌)을 받는다. 결국 상호금융기관은 불완전판매를 저질러도 행정제재·형사처벌을 모두 피하고 기관 내부규정에 따라 승진누락·감봉 등 가벼운 내부징계만 받게 된다. 
 
당장 금소법을 적용받는 은행·증권업계에서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금소법을 추진하면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상호금융기관의 규제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호금융의 불완전판매 피해가 기존 금융사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상호금융은 특성상 지역금융에 특화돼있다. 본격 투자보다는 소액 예금에 맞춰친 소비자가 많다. 그럼에도 2016년 금융위는 이런 상호금융기관에 펀드 판매를 대대적으로 허용했다.
 
부처 밥그릇 싸움에 애먼 소비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농림부 등 부처들은 상호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권을 금융위에 넘겨줄 의향이 없다. 한 부처 관계자는 "금소법을 감독권 이양의 측면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반대로 금융위는 상호금융기관의 영업행위 감독권을 가져오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NH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의 큰 차이를 못 느낀다"며 "그런데 한 쪽은 소비자보호를 받고 다른 한 쪽은 못 받는다고 하면 소비자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금소법이 8년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최근들어 갑자기 통과시키다보니 이 사달이 났다"며 "금융위의 준비가 굉장히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부처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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