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빅히트 손실, 비싼 공모가보단 ‘따상’ 당연시 때문
주가 하락? 여전히 공모가보다 30% 높아
공모투자 본질은 ‘할인상품 리세일’…되팔 수 있는 값에 사야
입력 : 2020-10-21 13:00:00 수정 : 2020-10-21 13:34:3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 산정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상장 후 주가가 기대를 벗어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엔터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보다 높은데도 투자자들이 고점 대비 낙폭에만 꽂혀 있는 것은 공모 투자가 ‘따상’ 등 긍정적인 면만 집중 부각된 탓이다. 공모주 투자는 ‘할인상품 리세일’과 흡사하다. 인기 높은 상품은 아주 비싸게 되팔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할인율만큼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빅히트(352820)엔터 주가는 1%대 하락한 18만원을 오가며 상장 후 5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장 첫날인 지난 15일 잠깐 기록했던 고점 35만1000원 대비로는 48.7%에 달하는 하락률이다. 
 
빅히트엔터가 상장과 함께 공모가의 2배로 거래를 시작한 뒤 곧바로 상한가로 뛰어오르는 ‘따상’을 기록하는 바람에 공모주 청약을 포기했던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매수에 참여했다. 하지만 ‘따상’에 머무른 시간은 1분여에 불과했고 주가는 계속 흘러내리다가 시초가 아래로 하락한 채 마감했다. 그 이후로도 약세를 이어가 결과적으로 상장 후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 대부분이 평가손실을 안게 된 것이다.    
 
국민적 관심을 모은 덕분에 엄청난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이 상장 후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자 많은 사람들은 공모가 산정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공모가가 너무 비싸게 산정되는 바람에 주가도 이 모양이라는 것이다.
 
공모가가 높게 정해졌다는 데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만 빅히트엔터 주가가 아직 공모가보다 30% 이상 높다는 사실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공모주를 받았다면 평가이익은 감소했을지언정 여전히 수익권이다. 
 
그런데도 손실만 부각하는 것은, 빅히트엔터는 당연히 ‘따상’을 기록해야 하고 강세행진을 벌여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에 빅히트엔터 주식을 상장 후에 매수한 투자자들 다수는 주가 강세를 기대했겠지만 상대적으로 기업의 값어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관심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엔터의 공모 상장 후 주가 흐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정해져서 그렇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보다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정해지는 공모가는, 상장후보기업과 상장주관사(증권사)가 협의해서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이를 참고해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 각자가 적어낸 가격을 토대로 매겨진다. 대개 기업의 적정가치에 비해 적게는 10%, 많게는 40% 이상 할인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IPO의 흥행을 감안해서 실제 가치보다 조금 낮게, 일종의 세일가격을 잡는 것이다.
 
때로는 기업이 희망한 가격보다 훨씬 낮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기관들이 서로 주식을 받겠다며 높은 가격을 적어내 예상보다 높게 오르는 일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철저하게 기관이 기업가치를 평가해서 매긴 밸류에이션과 기관들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개인보다 넓고 깊은 정보력, 분석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이런 과정을 거쳐 정한 공모가는 실제 기업가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격으로 공모했는데도 상장 즉시 급등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상’이면 공모가의 2.6배 가격이 된다. 
 
그렇다면 기관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보고 거의 3분의 1 가격으로 후려쳐서 공모가를 매겼단 뜻일까? 그렇지 않다. ‘따상’은 전적으로 상장 후 장내 투자자들의 매수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다. 그들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은 값을 주고 이 주식을 비싸게 산 이유는 당연히 더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단, 장내 매수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기관이 매긴 값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샀기 때문이다. 공모 기업의 성장성을 강조하며 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 성장성까지 반영한 가격이 공모가다. 
 
공모주 투자의 본질은 리세일과 많이 닮았다. 새벽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을 선 리세일러들은 정상가보다 크고 작게 할인한 가격으로 구매한 상품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되팔 생각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상품은 정상가보다 훨씬 비싸게 되팔 수 있을 테니까 차익도 크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고 일단 정상가에 되파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치다. 또 항상 기대만큼 수익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 
 
올해 큰 인기를 모은 공모주 3종목, SK바이오팜(326030)카카오게임즈(293490), 빅히트엔터는 인기 상품이었다. 인기의 정도는 기관들의 수요예측 경쟁률에서부터 티가 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인기 상품을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얼마에 되팔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면 상품의 적정가격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자신의 투자를 ‘도매상’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는 “A라는 종목에 투자할 때는 마치 도매상처럼 내가 합리적으로 산정한 더 높은 가격에 이런 관점으로 투자하는 이런 부류의 투자자(소매상)들이 나타나 그 종목을 사줄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매수해서 그 가격에 팔고 나온다”고 말했다.
 
공모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공모가로 사면 리세일하기 좋지만 상장 후에 비싸게 매수하면 그만큼 불리해진다. 공모가가 비싸서 문제가 됐다기보다는 상장 후 너무 비싸게 샀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공모주에도 적정가격은 있다. ‘따상’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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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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