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뒤의 환경평가)③해외는 '진동 체감 수준'까지…한국은 '저감 방안 계획'만
영국·캐나다는 '주민 이해'가 목적…한국은 '정보 나열'에 그쳐
전문가 "환경평가 요약문, 주민참여형 비기술 요약서로 바꿔야"
2026-07-01 11:44:21 2026-07-01 18:48:39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공사 중 지반 다짐과 말뚝박기 작업을 할 때 건물 안의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는 있지만, 건물 손상이 예상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영국 시링크 환경영향평가서 요약본)
 
"5㎞ 이상 떨어진 캠핑장에서는 광산 활동 소음이 귀에 크게 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도 운송 소음은 기존 배경 소음보다 약간 높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 크로퍼드 니켈광산 요약본)

<뉴스토마토>가 1일 확인한 해외 주요국들의 환경영향평가 요약본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원본 데이터로 따로 제공하되, 주민들이 읽는 요약본엔 일반인이 일상에서 평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직관적이고 쉬운 설명이 담긴 게 특징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외, '질문형 목차'에 쉬운 말 써서 설명
 
네덜란드 에이마위던 제철소의 녹색철강 전환사업 요약본도 주민 친화적인 용어로 작성됐습니다. 특히 요약본은 "소음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건강한 생활환경에는 어떤 결과가 따르는가" 같은 질문형 목차로 구성된 게 눈에 띕니다. 소음 항목엔 "새 설비가 가동되면 전체 소음 수준은 낮아지지만 감소 폭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라는 구체적인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해외 요약본이 이렇게 주민 친화적으로 작성되는 데는 제도적 배경이 있습니다. 영국 정부 사이트에 확인된 '환경영향평가 지침'엔 "환경진술서 주요 결과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영어'로 쓴 비기술 요약본(기술적인 전문용어가 들어가지 않은 쉬운 요약서)에 담아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실제 영국 송전망 운영사 내셔널그리드가 2025년 3월 작성한 전력망 보강사업 '시링크' 환경진술서 비기술 요약본 목적에도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이 사업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환경영향을 간결하고, 쉽게 이해되며, 모두가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캐나다는 더 구체적입니다. 캐나다 영향평가청 IAAC(Impact Assessment Agency of Canada)의 '영향평가서 일반 요건' 항목엔 "요약본에는 독자가 사업과 부정적 연방영향, 원주민과 그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세부사항이 담겨야 한다"고 규정됐습니다. 
 
네덜란드는 환경·공간계획 통합법인 '환경·계획법'의 하위 규정인 '환경명령'을 통해 "대중 친화적이고 비기술적인 방식으로 작성하며 전문용어와 기술용어를 피하라"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11월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생활권 영향 설명 부족…이해 한계
 
국내에도 '쉬운 요약서' 작성 근거는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 별표4와 별표6 등엔 "사업계획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면, 표, 그림 등을 활용한 '알기 쉬운 요약서'로 작성한다"라고 정해놨습니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도 2013년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평가(초안) 요약서 제공'에 대한 공지에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지역주민들께서 사업내용과 환경영향 저감계획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알기쉬운 평가요약서' 작성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실제 국내 요약문은 '주민 체감' 부분에서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2월 작성한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은 공사 중 비산먼지와 배기가스 영향, 대기질 예측값 등을 온통 복잡한 수치로만 나열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공개한 '용안지구 논범용화용수 공급체계 구축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본'도 소음·진동과 수질·대기질 영향을 제시하면서 주로 '평가기준 만족' 여부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만족'과 '불만족', '초과'와 '미초과' 등으로 양분된 설명만으로는 주민이 실제로 겪을 환경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만족', '미초과' 등의 용어는 '기준을 충족했다', 법적 기준을 넘지 않았다'라는 뜻을 나타내지만, 공사 소음이 창문을 닫아도 들리는 수준인지, 진동이 실내에서 느껴지는 정도인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저감 조치 이후에는 어느 정도로 낮아지는지, 그럼에도 남는 불편(잔여 영향)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2019년 5월16일 남양주왕숙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설명회에서 왕숙지구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평가서 내용에 반발해 퇴장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 "'쉬운 요약서', 즉시 도입해야"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방식은 물론 구체적 방안에 관한 서술에서도 해외 요약본과 국내 요약본은 차이가 극명했습니다. 
 
영국 전력망 보강사업 '시링크'의 환경진술서 비기술 요약본은 공사 전 세부 소음평가를 통해 작업 방법, 장비, 차폐시설, 작업시간 등을 정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또 문제가 발생한 뒤의 구체적인 처리 방식까지 요약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국내의 용안지구와 김포한강2지구 요약문은 오염방지시설 설치, 토석정보공유시스템 활용, 세륜·살수시설 운영, 방진망 설치 등 원론적인 저감 대책만 나열했을 뿐,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박영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환경영향평가서도 해외처럼 주민이 같이 참여해서 만든 비기술 요약서로 전환돼야 한다"며 "작성 규정엔 이런 필수 구성요소와 검토기관의 보완요구 권한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민용 비전문가 요약서는 즉시 도입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라며 "요약문이 전문용어 중심이거나 저감대책이 추상적이면 검토기관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소영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지도 기반으로 내용을 쉽게 볼 수 있게 하고 시민을 위해 요약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주민이 자기 주소나 마을을 기준으로 예상 영향, 저감대책, 모니터링 지점, 의견 제출 방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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