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6일 열린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모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곡물 가격 등 전반적으로 농업 현안 위주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며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 가운데 정 후보자의 농협경제지주 사외이사 이력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과 자녀의 농업 관련 회사 취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후보자는 현재 농업계 최대 현안인 CPTPP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CPTPP에 관한 생각을 묻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질문에 "CPTPP 협상이 타결되면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PTPP 가입시) 상품의 관세 철폐로 인해 농업계가 최대 4400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현 정부가 발표했고, 또 중국의 가입과 SPS(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 규범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익 차원에서 가입이 불가피하다고 결정되면 농업인들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하던 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 주도로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5.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 협의체이며, 정부는 CPTPP 가입 방침을 정하고 현재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또 다른 농업 현안인 과잉생산된 쌀의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물었다. 정 후보자는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쌀 가격 하락에 따라 현 정부에 2021년산 쌀 초과공급 물량 중 잔여물량 12.5만톤에 대해 추가 시장격리 조처를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농업직불금을 단계적으로 5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농업직불금 5조원 확대’에 대한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농업직불제는 농업과 농촌의 공익기능을 증진하고 농업인의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해 일정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현재 관련 예산은 약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정 후보자는 "이번 국정과제에도 '5조원'이라는 목표 수치가 명시된 만큼 반드시 추가 예산을 확보하거나 예산 내부의 재구조화를 통해 (농업직불금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기본직불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중소농에 대한 지원을 더욱 두텁게 하고, 기후환경과 식량안보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직불제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직불금 지원 대상은 일정한 농지 요건과 농업인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시에 2017~2019년 동안 1회 이상 직불금을 수령한 농지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실제 농사를 짓지만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6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관 후보자 중 사외이사 출신을 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숫자가 많아 가히 '사외이사 내각'"이라며 "최근까지 농협 사외이사를 지낸 정 후보자가 농식품부 장관이 되면 농협 업무와 관련해 직접적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공정성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은 정 후보자가 농협 지주 사외이사로 1년 4개월간 재직하며 이사회·감사위원회 안건에 전부 찬성한 점을 들어 "대주주 독단·전횡을 견제한다는 사외이사 취지와 달리 거수기 역할을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충분히 우려를 이해한다", "당연히 지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농협 사외이사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사외이사로서) 농업 전체에서 농협의 역할을 강조했고, 오히려 사외이사 경력이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거수기 지적에 대해서도 "이사회 상정 이전에 굉장히 첨예하게 사전 조정을 거친 후에 상정이 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장녀가 대기업 LS그룹의 농기계 제조 계열사 LS엠트론에 2011년에 입사한 뒤 이 회사의 회사 연구·개발(R&D) 과제 지원금이 7억원에서 30억원으로 증가했다면서 "(농림축산부에서) 담당과가 과학기술정책과인데 정 후보자가 농촌정책국장 재직 당시 특혜를 준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농촌정책국과 과학기술정책과는 완전히 별개의 조직이며 R&D 연구 자금은 2009년 이전에 이미 의사 결정이 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농업·농촌과 식품산업이 국가 기산산업이자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농림식품부 장관 후보자로서 향후 정책 방향으로 △농업직불금 단계적으로 5조원 규모 확대 △농식품 바우처 확대 △농식품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생명공학기술(BT) 접목 △탄소중립형 농업 △식량 주권 확보 및 안전한 먹거리 공급 등을 강조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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