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같은 영구채, 다른 평가…한국금융 '완판'·메리츠 '미달'
자회사 실적·자금 사용처 명확한 한국금융지주, 완판으로 증명
홈플러스 익스포저 부담에 흔들린 메리츠, 조달 역량 시험대
2026-02-26 06:00:00 2026-02-2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4일 16: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한국금융지주(071050)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나란히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금융지주는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한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일부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영구채라는 동일한 조달 수단을 두고 성패가 엇갈린 배경으로는 자금 사용처의 명확성과 사업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가 꼽힌다.
 
자회사 실적이 만든 선순환…한국금융지주 '완판' 배경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만기 30년 조건 영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발행 규모는 기존 1500억원에서 2060억원으로 증액됐고, 금리는 연 5.0%로 정해졌다.
 
 
 
한국금융지주가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9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총 4500억원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 바 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034950) 수석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영구채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로 총 1조6000억원대 자금 지원을 이어왔다"라며 "현재 자회사 배당 수익을 제외하면 차입 부채를 통한 조달만을 이루고 있어 자체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번 영구채가 시장에서 무리 없이 소화된 것은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이 명확하고, 자금이 투입될 자회사의 실적과 사업 확장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한국금융지주는 이번 영구채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계열사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1월22일 한국투자증권은 이사회결의를 통해 총 1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모기업으로부터의 자금 확충이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8조7000억원으로 한도의 약 80%에 달했다. IMA 인가로 자금 조달 여력은 일부 확보했지만, 제도 도입 초기라는 점에서 실적 성장 유지를 위한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구채 발행은 성장 재원 확보와 자본 구조 안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충족한 조달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자본확충은 사업 영역과 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추진됐다"라며 "조달한 자금을 발판으로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약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익스포저 부담 부각…메리츠금융지주 '온도차'
 
현재 금융시장에서 영구채는 상당수가 사실상의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는 단기물로서 통용된다. 회계기준 상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콜옵션 개시까지 기간이 짧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콜옵션 미행사는 곧 발행사의 부실 우려로 이어진다는 불문율이 있어 대부분 첫해에 옵션 행사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해 신사업에 나선 금융사들의 영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 비교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발행에선 시장의 호응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의 영구채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분명 이전과 달랐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1월23일 영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목표 물량 9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880억원 수준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금리는 희망 범위(연 4.20~4.80%) 상단인 4.80%로 결정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4년 이후 매년 두 차례씩 영구채를 발행해 왔으며, 지난해 9월 발행 당시에는 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하 계열사의 홈플러스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시장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NICE신용평가는 메리츠금융지주의 홈플러스 관련 기업대출 약 1조2000억원이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이어지며 자산건전성 지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각각 0.0%, 1.2%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21.4%, 7.8%로 상승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신규 인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조달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영구채 특성상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는 만큼, 자산 건전성과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지주 측은 <IB토마토>가 향후 자금 조달 계획과 운영 방향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선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한 증권사의 자본 확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IB토마토>에 "대형 증권사 간에도 조달 운용 역량에 따라 이익 규모에서 차별화가 나타났다"라며 "향후 모험자본 공급과 주주 환원 조달 등이 예정된 만큼 자금 조달 역량에 따라 이익 규모 차별화 경향은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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