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 정부의 규제 및 전통산업과의 갈등으로 인해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국내에서는 산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혁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 (사진=한국벤처창업협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전통 산업과의 갈등, 정부의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타트업의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16일 오후 가천대학교에서 한국벤처창업협회 주최로 열린 '2022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대표는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영역으로 신산업과 전통산업과의 갈등에서 정부가 아무도 손을 들어주지 못하거나 목소리 큰 쪽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들은 결국 미래 세대가 가장 피해보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미래를 선택하고 혁신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산업의 변화, 기술의 변화를 통해 도태되거나 뒤져질 수 있는 곳에는 공공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지난 5년간은 한발짝도 못 나갔는데, 계속 이렇게 일부 규제만 없는 스타트업들만 성장하게 두면 미래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해 전통산업과 갈등을 겪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중인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대표가 참석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로톡) 대표는 "저희 회사는 현행법사아 합법서비스이고, 동일한 서비스를 네이버와 다음도 똑같이 하고 있는데 저희만 타깃이 돼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수사기관에서도 세번씩이나 합법서비스라고 인정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변호사 대표 단체중 한곳인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한 불법 플랫폼이라 규정하고 법적 공방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로톡에 가입한 회원들을 상대로 탈퇴 여부를 소명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김 대표는 "로톡 서비스와 관련해 지난해 규정이 개정되면서 변호사 4000명 중 2000명이 탈퇴했고, 지금은 1700여명만 회원으로 있다"면서 "서비스가 계속 존속돼야하는지 여부는 국민 대다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기준으로 판단해야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굉장히 아쉽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리걸테크 업체가 7000개가 넘고 이미 100억 달러 투자가 이뤄졌다. 리걸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기업)은 전세계 10개가 넘는데 국내는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글로벌 리걸테크업체들이 최신의 기술로 무장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2019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쏘카도 규제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재욱 쏘카 대표. (사진=한국벤처창업협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박재욱 쏘카 대표는 네거티브 규제를 토대로 혁신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전체적인 정책의 방향은 네거티브 규제로 향해야 새로운 혁신들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고, 앞으로의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서 "국내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샌드박스를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가차없이 또 규제를 적용한다. 샌드박스보다 더 넓은 백사장 같은 공간이 있어야, 모래집을 쌓다가 궁궐과 성을 짓는 식으로 커져 나갈텐데 작은 범위 안에서만 놀게 한다. 그러면 많은 혁신과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광고 문제로 법적 다툼 중인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도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유연하게 규제를 바라보고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의료 광고가 무엇인가, 의료광고를 어떤 기준으로 심의해야하는가를 놓고 협회와 부딪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의료광고는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주체가 비용을 할해해 직접 제작한 뭔가를 알리는 행위로 보는데, 의협은 소비자들이 쓰는 이용자 후기 등이 모두 광고 효과가 있기 때문에 광고 심의영역에 들어와야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갈등 상황을 전했다.
홍 대표는 이어 "그렇게 되면 강남언니라는 정보플랫폼에서 오가는 모든 콘텐츠들이 사실상 광고가 되고 심의 영역에 포함된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해선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등을 알리도록 권장하는데, 의협은 이와 상반되게 가격표시를 하지 말자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의료광고 기준과 방향성만큼은 보건복지부 등 국가가 정한 법과 원칙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앞으로 훨씬 더 불확실하게 급변하는 세상이고, 지금 스타트업들은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있다"면서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그간 가치 교환 측면에서 일류 발전을 끌고 가고 있는데, 이들의 기업 가치를 중심으로 정부가 인정해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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