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단일화로 3지대 결국 소멸…'소신' 대신 '실리'
유시민 "정치교체 요구 완전히 소멸, 3지대 불씨 살아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해야, 위성정당 꼼수 안돼"
2022-03-06 16:00:25 2022-03-06 16:03:45
김동연(왼쪽) 새로운물결 대표와 심상정(오른쪽) 정의당 후보가 지난해 12월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미래의숲 1차포럼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에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20대 대선이 비호감과 함께 진영대결로 귀결되면서 3지대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컸다. 다당제 안착 등 정치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기득권 정치로 규정했던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야합으로 3지대는 또 다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지역과 진영을 배경으로 한 양당제의 패권정치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는 지적이다.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6일, 3지대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밖에 남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일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했다. 특히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하며 사라질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그간 양당정치 혁파, 다당제 도입 등을 목놓아 외쳤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홀로 남은 심 후보는 "두 대표가 결국 거대 정당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3지대 정치를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고 한탄했다.
 
그간 두 사람은 자신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이룰 적임자임을 자임해왔다. 안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양당 간에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만 계속 이뤄지면서 우리나라가 뒤처졌다"고 비판했고, 김 대표는 "닥치고 정권교체, 무조건 정권연장을 외치는 거대 양당 구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기득권 공화국 타파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꿈꿨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양당 후보와 손을 잡는 결단을 내렸고, 이로 인해 당시 주장들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5일 경기도 이천시산림조합 앞 유세 현장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지대는 이번 대선에서 유난히 힘을 쓰지 못했다. 안 대표는 1월 초만 해도 20%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보이며 가능성을 엿봤지만, 윤석열 후보가 당 내홍을 수습하고 전열을 재정비하자 지지율이 추락했다. 김 대표는 정책적 깊이에도 불구, 1~2%의 낮은 지지율로 선거 내내 고전했다. 선거자금과 조직 등 현실정치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 진보정당 깃발을 부여잡고 3지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심 후보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진행돼 4일 발표된 한국갤럽 다자대결 조사에서 지지율 3%에 그쳤을 뿐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소신 대신 실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실리를 보장키 위해 이 후보는 '통합정부'를, 윤 후보는 '공동정부'를 꺼내들었다. 결국 안 대표는 정권교체, 김 대표는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들과 손을 잡았다. 안 대표는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여러분과 제가 함께 주창했던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했다"고 해명했고, 김 대표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발표한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교체의 연장선에서 단일화만 선택한 김 대표와 달리 안 대표의 경우 단일화와 합당 발표로 지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 종일 비판 글이 쏟아지고 국민의당 당원들의 탈당이 속출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단일화는 없다"며 완주 의사를 밝혀오다, 돌연 단일화를 제안했고, 또 다시 이를 철회하는 등 그간 계속된 말 바꾸기로 국민적 신뢰는 물론 정치적 기반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정치개혁의 연장선상에 있어, 양당 체제로 회귀한 안 대표와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김동연(왼쪽) 새로운물결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3일 MBC 100분토론에서 "안 대표를 최후까지 지지했던 사람들은 정치교체에 대한 열망을 안 대표에게 투사하면서 10년간 지지해왔는데 졸지에 버림받은 것"이라며 "이제 정치교체에 대한 요구는 완전히 소실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단일화를 계기로 3지대 정치가 동력 자체를 잃었다고도 했다. 그는 "3지대에서 누군가가 동력을 유지하면서 도전하고 부딪혀도 어려운데, 이제는 완전히 3지대가 없어져버렸다"며 "대선이 끝나고 그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3지대의 설자리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1대 총선 때 양당이 비례대표 획득을 위해 꼼수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3지대가 설자리를 잃었다"며 "민주당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두수 대표도 "3지대 운신의 폭이 넓어지려면 국회의원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어야 하는데,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 도입으로 무산됐다"며 "이 부분을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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