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예상치 못한 단일화에 이면합의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안 대표는 제기된 모든 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안철수TV'에 출연해 "'협박당한 것 아닌가'라는 분도 있는데 전부 가짜뉴스라는 말을 드린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디 있겠냐"고 일축했다. 대신 "정권교체의 열망이 컸다"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권력 분점 등을 대가로 윤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는 이른바 이면합의설이 꾸준하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획된 협박정치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외형은 합당이라든가 공동정부, 이렇게 지분을 나눈 것 같지만 사실은 안 후보의 정치생명을 놓고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단일화가 물 건너갈 때 나왔던 소위 진행 일지 서류철의 제목 '못 만나면 깐다' 같은 것들이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일종의 협박 정치가 아니었나"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단일화에 따른 이면합의를 주장했다. 그는 "공동선언문에 보면 다섯 가지 키워드를 냈는데, 첫 번째가 미래정부"라며 "이게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많은 레토릭"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런 합의를 안 하고 합당까지 한다는 것은 자원봉사나 봉사활동"이라며 "구두로 했건 문서로 보증했건 간에 당연히 이면합의가 있다. (안 대표가)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권력 분점을 선택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안 대표가 대선을 불과 엿새 앞두고 철회했던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기에 이 같은 시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집권 시 '윤석열 대통령-안철수 국무총리' 구상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안 대표 역시 지난 3일 단일화 선언과 함께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 활동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다"며 향후 입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 후보 뜻에 달렸다고 본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책임총리, 그 역할을 안 후보가 하시겠다고 하면 '해주십사' 이렇게 요청하실 것"이라고 안 대표의 총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후보 매수설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면합의 등이 계속 언급되자,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야말로 이재명·김동연 후보 단일화에서 있어 어떤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안 대표와 단일화하기 전에 민주당이 계속해서 안 대표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 자신들이 무슨 얘기를 건넸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흔히 이런 정치적인 협상과 합의가 있으면 이면합의도 있고 실리를 주고받는 구체적인 안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는 애당초 없었다"며 "구체적인 자리라든가, 공천권이라든가, 지분 배분이라든가 이런 내용 자체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 대표가 '철수정치'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조건 없이 단일화에 응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안 후보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선거비용 보전 등 현실적인 이유부터 국무총리를 통한 행정경험 축적과 이를 기반으로 한 대선 재도전, 지방선거 공천지분 보장 등의 합의 없이 돌연 백기투항을 했다는 자체가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이낙연 후보는 총리 경험을 기반으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실적으로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했다"며 "안 대표도 국민에게 실적으로 보일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DJP연대나 과거 단일화 사례만 봐도, 총리직 제안 등 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안 대표로서는 현재 5~6% 지지율에, 국회의원 3명으로 지방선거와 총선을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보수진영인 국민의힘과 합당과 단일화를 통해 국무총리 등 행정경험을 쌓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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