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세상을 살다 보니 억울한 일도 화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속 시원히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대개는 주변에 하소연하거나 기껏해야 술 한잔하면서 애써 잊으려 노력하는 게 전부다. 사적 복수에 나섰다가 오히려 더 큰 낭패로 이어질까 두렵고 법의 도움을 받자니 장벽이 너무 높게만 느껴진다.
사실 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도 많다.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을 할 만큼 큰일인가란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주변에 물어볼 변호사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갑갑해진다.
이런 고민과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곳이 있다. 최초롱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이다. 최 변호사는 사법시험을 공부하고 재판연구원으로 법원에 근무하면서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법의 이용은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난사람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화나고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화난사람들을 설립한 최 변호사를 만났다.
곧 '화난사람들' 설립 4주년이다. 소회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했고 그런 가운데 '구글애플인앱결제 강제 사건', '김밥 식중독 사건' 같이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사건들을 많이 진행했을 뿐 아니라 저희 사이트를 통해 사기 사건을 인지하면서 더 큰 피해를 막은 일도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송 절차의 본질적인 특징 때문에 공동소송에 참여한 분들에게 100% 만족을 주기 어렵다는 것은 아쉽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대표 최초롱 변호사.사진/화난사람들
그동안 진행한 공동소송과 참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공동소송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10만명 이상이 화난사람들을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했다. 화난사람들 사이트 가입자는 18만명이 넘는다.
저희 슬로건이 '참지 말고, 법으로 풀자'인데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이 생겼을 때 힘을 모아 정당하게 법적인 방법으로 풀어보자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공동소송 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나.
최근에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건', '오스템임플란트 주주피해 사건', '5G 손해배상 사건' 등이 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화제가 됐던 것으로는 '이루다 AI 개인정보 유출 사건', '김밥 식중독 사건', '국민 아기 욕조 유해물질 사건', '구글애플인앱결제강제 사건', '호날두노쇼사건' 등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
화난사람들 사이트에 피해사례를 제보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 특정 리조트 투자업체가 사기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본 변호사가 사건을 조사해 대형사기 사건이라고 판단해 투자피해자를 모아 형사고소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가 화제가 되면서 투자 피해를 인지 못 했던 분들도 피해 사실을 알게 됐고 사기업체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은 무엇이 있나.
벤츠 등 수입 디젤 차량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배기가스 성능을 조작한 사건이다. 이런 제조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차주들을 모집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아직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변호사 얘기로는 제조사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주는데 한국 소비자에게는 제대로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소비자가 나서서 행동해야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송 이외의 공익활동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난사람들을 통해 여러 변호사, 시민단체가 소송이 아닌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성 착취 가해자 릴레이 탄원'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다.
'N번방'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던 'ReSET'과 'eNd'라는 단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의 재판을 계속 추적하며 화난사람들을 통해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탄원인을 모집하고 있다. 화난사람들 사이트에서 탄원에 참여하면 탄원서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활동가들이 이 탄원서를 출력해서 법원에 제출한다.
디지털 성 착취 문제에 분노한 이들이 행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활동 중 아쉬운 점은 없었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동소송 참여자에게 100% 만족을 주기 어렵다는 게 아쉽다. 소송 절차는 오래 걸리고 원하는 결과를 100% 달성하기 어려운 게 본질적인 특징이다. 화난사람들을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분들도 이런 부분에 불만족을 느끼고 그게 공동소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변호사, 나아가 화난사람들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다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변호사와 참여자의 소통이 보다 원활해지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동소송의 제도적 현실은 어떤가.
공동소송의 영역에서 지금은 피해자들이 법을 이용하고 소송할 실익이 적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손해를 본 만큼만 손해배상하는 것이 원칙인데 법원은 손해액을 매우 엄격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재판에서 인정되는 손해액이 피해자의 생각보다 매우 적어 승소해도 만족하기 어렵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적절한 도입을 통해 피해자들이 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난사람들'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화난사람들은 누구든지 쉽고, 간편하게, 비용은 줄이면서 법으로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가 추구하는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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