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저축은행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잔액이 급증했습니다. 중금리 대출 취급점은 줄었는데, 높아진 금융권 대출 문턱에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 것입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잔액은 2조4827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1조4546억원 대비 70.7% 급증했는데요. 대출 건수 역시 같은 기간 8만8384건에서 15만3696건으로 73.8% 증가했습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 이하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내주는 신용대출입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 중 취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SBI저축은행입니다. 지난 3분기 645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200억원 대비 101.6% 증가했습니다. 3164억원을 취급한 애큐온저축은행은 전년 동기 1702억원 대비 85.8% 늘었습니다. OK저축은행은 2627억원으로 같은 기간 67.7% 늘었습니다.
민간중금리대출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215억원에서 2610억원으로 1113.9% 뛰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297억원에서 704억원으로 137% 증가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자 비용이 상승하자 예금과 대출 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여왔는데요. 올해 하반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은행들은 대출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가계부채 증가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저축은행에 몰리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많이 늘어난 건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워낙 적었던 영향도 있다"면서도 "아직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차주에게 금리를 높게 적용하거나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민간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줄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은행권 가계부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경계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상품공시에 따르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중금리신용대출 운영 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15곳입니다. 지난해 3분기 20곳에서 5곳으로 줄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600점 이하부터 300점 이하 중·저신용자 차주까지 폭넓게 민간중금리대출을 운영했는데요. 올해는 30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중지했습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600점~501점 차주에게 대출을 제공했던 지난해와 달리 600점 이하 중·저신용자 대상 민간중금리 대출을 아예 운영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사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중·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과 2금융권에 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당부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은 주담대 위주의 손쉬운 영업에 치중하기보다는 은행권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다양한 자금 수요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 등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3분기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지난해 대비 70% 넘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는 곳은 5곳 줄었다.(사진=저축은행중앙회)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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