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진격의 2라운드)②무기가 아닌 ‘동맹의 패키지’를 팔아라
60조 수주전이 보여준 방산의 새 룰
단품 매매는 끝…‘민관 합동’ 승부수
2026-01-09 14:45:33 2026-01-09 14:45:3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과거 방산 수출이 카탈로그에서 무기를 골라 대금을 치르는 ‘단품 매매’였다면, 2026년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무기는 단순한 공산품을 넘어 국가 간 ‘안보 결속’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향후 30~40년간 이어질 ‘장기 구독 서비스’의 시작점입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4강(G4)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물건’을 넘어 외교·안보·기술·금융 공유가 결합된 ‘패키지’를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수주전을 둘러싸고 한국과 독일이 잠수함 전력과 함께 자동차 등 산업·안보 패키지를 앞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챗GPT)
 
‘산업 패키지’ 승패…캐나다 분수령
 
오는 3월 최종 제안서 접수가 예정된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패키지 전쟁’의 결정판입니다. 캐나다는 잠수함 성능 비교를 넘어 자국 경제를 통째로 업그레이드할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60조원은 유사 이래 전례 없는 규모로 이미 무기 체계 경쟁을 넘어선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변모했다”며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들과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는 자원 부국임에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적 관세 부과와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 압박으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방산 수출을 거대한 ‘산업 투자 협상’으로 전략화해, 잠수함 수주의 핵심 조건으로 한국의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 설립과 독일의 폭스바겐 생산 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경쟁국 독일은 자동차 분야의 압도적인 선점 효과를 무기로 캐나다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온타리오주 세인트토머스에 건설 중인 7조원 규모의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앞세워 캐나다의 경제적 갈증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이달 말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더불어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포함된 민관 합동 방문단을 캐나다에 급파해 경제협력 패키지를 제안할 계획입니다.
 
문근식 교수는 “캐나다는 조선과 철강 분야에서도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북해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진출하려면 수상 함정뿐 아니라 LNG 선박 등 상선 등도 대거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캐나다는 가스 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를 수출하려면 조선업 부흥이 필수적인 만큼, 이러한 절박한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조선-에너지 벨트’ 생태계를 통째로 제안함으로써, 무기 수출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독일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입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정부에 제안한 장보고-Ⅲ 잠수함. (사진=한화)
 
 
경제적 보상에 ‘안보 실익’을 더하다
 
산업적 이득이라는 ‘경제적 보상’ 위에 구매국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안보적 실익’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무기 도입이 단순히 전력 강화를 넘어 국가 간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의 설득 논리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전략적 선택지의 확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가령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중국과 인접한 한반도 해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공유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효성을 즉각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한국이 캐나다 해군에게 전략적 요충지로서 ‘항구’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유 위원은 “원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함정은 동맹국 항구에서 정비와 보급(MRO)을 받아야 작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 ‘거점 항구’는 해군력 운용의 필수 요소”라 “한국이 항구 제공을 통해 캐나다 함정이 언제든 입항해 지원받을 수 있는 안보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쟁국들도 공세적 ‘패키지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마크론 대통령이 직접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라팔 전투기 42대 수출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전략적 비축유 협력과 항공우주 기술 이전이라는 파격적인 ‘경제·안보 빅딜’을 선물로 안겼습니다. 미국 역시 ‘안보 보장형 패키지’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에 F-35 전투기와 에이브람스 탱크를 판매하며 약 15조원 규모의 저금리 군사 차관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미군 전력을 폴란드에 전진 배치하고 미군 수준의 MRO 시스템 구축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구매국에 단순한 무기 이상의 ‘미군이 함께 싸운다’는 강력한 안보 확약을 선물로 안긴 셈입니다. 
 
방산특사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1월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석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사무국장은 “2023년 말 최종 계약을 맺은 호주 레드백 장갑차 수주 사례는 K방산 패키지 전략의 이정표로 한국은 단순히 장갑차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호주의 ‘주권적 제조 역량’ 강화라는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다”며 “K방산 진격의 2라운드는 얼마나 좋은 무기를 만드느냐를 넘어 국가가 가진 모든 자산을 어떻게 하나의 동맹 패키지로 묶어내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